허리 통증과 샷 난조로 어렵게 대회를 치른 박인비.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더니 행복한 순간이 왔다.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사진 이지연]
"골프도,인생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리조트에서 막을 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브리티시 여자오픈. 허리 통증과 샷 난조를 딛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포기하지 않았더니 행복한 순간이 왔다"고 기뻐했다. 다음은 우승 이후 박인비와 일문일답.
▲숙원 사업이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는데.
“지금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너무 꿈꿔오던 일을 해냈다. 이번 주에 허리도 안 좋고, 샷도 안 좋은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부담을 덜 같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인 것 같다.”
▲ 지난 2년 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앞에서 실패했던 경험이 독이 되기 보다는 약이 됐나?
"'10번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언젠가는 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해같은 경우에는 정말 가까이 갔다가 놓친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작년 상황을 더 이상 생각할 수 있지 않게 돼 너무 기쁘다.”
▲ 골프를 시작한 뒤 가장 기쁜 날이 아닌가?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3연승을 했을 때도 너무 기뻤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이 더 기쁘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어렵고, 정말 멀게만 느껴졌던 게 막상 현실이 되니까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또 막상 하니 이게 다였는데 그동안 이렇게 힘들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여러가지가 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물리 치료사에게 열심히 치료를 받았고, 남편, 부모님이 큰 도움이 됐다. 또 많은 것들이 있는데 이게 다 나 혼자의 힘으로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같은 경우 최근 2,3년 사이에 가장 퍼팅 감이 좋았는데 정말 퍼터 헤드를 볼에 댔다 하면 다 들어갔던 것 같다.”
▲ 가족의 의미는?
“가족의 의미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할 거다. 골프를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가족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내 커리어와 가족을 바꾸라하면 절대 안 바꿀 거다. 가족은 내 인생의 전부고, 큰 의지가 된다. 가족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을 거다.”
▲ 그동안 마음 고생도 많았는데 돌아보면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2008년 말부터 2011년까지 우승 없었을 때 골프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을 때를 이겨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골프는 너무, 너무 안 돼서 포기해야겠다고 하면 갑자기 버디가 나온다. 포기할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는 운동이다. 골프 뿐 아니라 인생도 그렇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 언젠가 해가 뜰거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힘든 순간을 즐기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 겸허함을 마음에 담고 있다면 조금 더 편안하게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 오고 바람이 불고 경기도 안 풀려 포기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포기하고 싶게 하는 많은 상황이 오는 게 브리티시 여자오픈이고, 그런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것 또한 이 대회다. 너무 어려운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회 전부터 '포기하지 말자'는 목표만 생각했다. 그래도 선두권과 멀어져 정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그런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나?
“긍정적인 마인드이고, 그 긍정의 마인드는 가족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는 게 가족이고, 늘 힘이 되기 때문에 가족이 정말 소중하다.”
▲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는데, 남은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그 목표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2,3년은 더 보고 있었는데 그 목표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왔다. 아직은 구체적인 것은 없고 앞으로 찾아야할 것 같다. 전설적인 선수도 많고 바라보고 가야 할 선수도 많다. 그건 천천히 생각하겠다. 단지 지금은 현재를 즐기고 싶다."
턴베리=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