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손목 부상으로 5년 간 힘든 시간을 보낸 이지영. 오는 12월 스키 점프 국가대표 출신 김흥수씨와 결혼하는 그는 "아내로, 엄마로 멋진 제 2의 인생을 살겠다"고 했다.
이지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떠난다. 이지영은 31일(한국시간) 끝난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은퇴전을 치렀다. 2005년 국내에서 열린 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으로 미국 무대로 건너간 지 10년 만이다.
이지영은 평균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로 주목받았다. 2005년 국내 투어에 데뷔해 그해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LPGA 투어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도 깜짝 우승했다.
2006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지영은 2010년까지 잘 나갔다. 장타를 앞세워 35번이나 톱 10에 들었고 2007년에는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다.
그러나 2010년 11월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내리막을 탔다. 이듬 해 투어에 복귀했지만 15개 대회에서 10번이나 컷 탈락하는 부진으로 상금랭킹 116위를 기록했다. 꾸준히 재활 훈련을 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한 번 고장난 손목은 좋아지지 않았다.
부상 이후 톱 10 한 차례에 그치는 슬럼프에 빠진 이지영은 코스 밖에서 희망을 찾았다. 2012년 여름 소개팅으로 만난 스키 점프 국가대표 출신 김흥수씨(35)와 사랑에 빠졌다. 김흥수씨는 스키 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영화화한 '국가대표'의 모델로 현재는 은퇴 뒤 최연소 경기위원장이자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스키 점프 스포츠 매니저로 근무중이다. 그 해 가을부터 교제를 시작한 둘은 3년 여의 연애 끝에 오는 12월 5일 결혼식을 올린다. 이지영은 "오빠는 자상한 사람"이라며 "나보다 가족에게 더 잘 하는 모습에 끌렸다"고 했다.
은퇴 전을 앞두고 이지영은 많은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올해 솔하임컵 미국팀 단장인 줄리 잉스터(미국)와 함께 은퇴 파티를 했고, 김세영, 이정은 등 친한 후배들과도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이지영은 마지막 경기에서 힘을 냈다. 최종일 5언더파를 몰아치며 4언더파 공동 3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지영은 "하필 마지막 경기에 샷감이 돌아와 그게 조금 아쉽다"며 "그래도 테이핑을 하고 통증을 견뎌내며 지내온 5년의 시간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도 돼 후련하다"고 웃었다.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2007년 열린 킹스밀 챔피언십이다. 이지영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게 패해 2위를 했다. 이지영은 "미국에 와서 우승을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어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9월 1일 귀국하는 이지영은 결혼 준비에 들어간다. 용인에 신혼집을 구한 그는 "살을 빼서 예쁜 신부가 되고 싶다. 좋은 아내로, 좋은 엄마로 제 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다"고 웃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