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릭슨투어에서 재기를 노리는 염은호. 태안=김지한 기자
29일 충남 태안 솔라고 컨트리클럽 솔코스. 2022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투어(2부) 개막전에 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지난 2018년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수석 합격했던 골퍼, 염은호(25)였다. 이날 그의 스코어는 4오버파. 그러나 그는 "성적은 잘 안 나왔지만, 느낌은 좋았다. 괜찮은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염은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기대주로 주목받은 골퍼였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 또 코리안투어 역대 최연소 홀인원(16세 6개월 19일) 기록도 보유했다. 그는 2018년 3월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수석 합격하면서 투어 기대주로 단번에 눈길을 모았다. 1m64cm 작은 키에도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 능력을 가진 덕에 '작은 거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러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18시즌과 2019시즌 코리안투어 26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차례 오른 게 전부였다. 슬럼프가 이어졌다. 2020시즌과 지난해엔 스릭슨투어(2부)에 11개 대회에 나섰지만 톱10에 두 번 오른 게 다였다.
염은호는 "슬럼프가 왔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병 간호를 하고 가정을 돌봐야 했다. 레슨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고, 그렇다보니 투어에 전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몸도 변했다. 그는 "투어를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살이 많이 쪘다. 부상이 오더라. 허리도 아프고 재활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 염은호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다시 마음을 잡으려 했다. 그는 "올해 다시 한번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을 시도했고, 스윙도 바꿨다. 클럽도 타이틀리스트에서 던롭 스릭슨으로 바꿨다. 그는 "티샷이 불안해 치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불안하니까 스윙이 급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졌다. 불안했던 드라이버도 바꾼 뒤로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릭슨투어 포인트 상위 선수들은 다음 시즌 코리안투어에 올라설 수 있다.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단 염은호는 스릭슨투어에 꾸준하게 출전하고 내친 김에 코리안투어 재진입하는 걸 올 시즌 목표로 잡았다. 무엇보다 다시 우승 경쟁을 하는 수준에 오르는 게 그가 수행할 미션이다. 염은호는 "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 꼭 우승해서 '작은 거인'의 면모를 다시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