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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감성 STORY> 골프용품 대표 30년, 그럼에도 “난 아직도 부족하고 부끄럽다”

기자2023.01.13 오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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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마지막 점심 약속을 위해 식당을 찾았다. 그와의 약속 이틀 전에 배달된 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사실 식사 약속이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의 약속을 깨기가 싫어 맛집인 파스타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하필 모두 이미 주문해 놓은 메뉴들이 해산물이 모두 들어가 있어 한 참 웃으며 해산물을 피해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의 회사가 근처에 있어 사무실로 가 커피 한 잔을 했다. 이미 종무식을 끝낸 후라 북적이지 않고 고요하고 여유로운 가운데 단둘이서 커피 한 잔을 기울였다.

“2023년이 제가 이 회사 대표이사를 한 지 30년이 되는데 되돌아보니 너무도 부끄럽네요”

깜짝 놀랐다. 글로벌 골프 회사에서 30년을 대표이사로 보낸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외국 회사들은 실적이 나와 주지 않으면 CEO를 냉정하게 바꾸는 것을 보아왔다. 그럼에도 30년간 꾸준하게 매출과 규모를 키워온 것은 정말 전설에 가깝지 않은가.

“부끄럽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볼멘소리를 내자, 목표를 위해 회사의 발전은 시켜왔을지 몰라도 골프 문화를 위해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이 역시도 다른 회사에 비해 많은 자선과 채리티 정신을 그리고 선수를 위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온 곳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30년에 자부심보다는 골프 문화 발전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하다며 향후 골프 문화를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한다. 순간 거울이 반사되는 것처럼 갑자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필자 역시 골프계서 35년이 넘게 전문 기자로 뛰어왔기에 나보다 골프에 관련해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고 은근히 자만해 왔기 때문이다.

순간 소설가 최인호의 인연에 나왔던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 중에 나는 당신을 만났다”가 떠올랐다. 사실 그와 나는 업계서 30년 넘게, 한 사람은 30년 간 대표로 또 다른 한 사람은 전문 언론인으로 살고 있었기에 많은 공감의식을 갖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는 성공한 인생이고 대한민국 골프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가 고백하는 “아직도 골프에 부끄럽고 더 기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심심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이런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아니 그를 통해 골프계를 위한 새로운 변화와 기여가 무엇인지를 년 초부터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고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낸 골프 엘리트이다. 고3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던 ‘워싱턴 골프’ 용품 판매장에 입사했다. 그에게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워싱턴 골프’ 입사가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 골프용품을 사기 위해 들어오는 손님보다 키와 덩치가 크면 사실 위압감과 더불어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에 입사가 안 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는 워싱턴골프를 찾아가 대걸레질을 하고 청소 및 심부름을 꾸준히 하자 그 성실성을 인정받아 1986년 입사할 수 있었다고 알고 있다. 1년 뒤엔 세일즈맨으로 승진했고 3년 만에 본사로 스카우트된 뒤 1993년도부터 워싱턴골프 캘러웨이 한국 총판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영어를 잘하면서도 한국에 와서도 계속 비즈니스 영어를 별도로 과외를 받을 만큼 남달랐다.

그가 바로 지금의 캘러웨이 코리아의 이상현 대표이사다. 캘러웨이 1993년 첫 매출이 24억 원이었고 지금은 2천억 원을 상회하는 회사로 키웠다. 국내 우수선수 발굴과 용품 지원,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를 20년째 후원해 일반인들에게 골프를 알리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 이외에도 각종 대회와 자선행사 및 자선금 마련을 위해 가장 많이 앞장서온 기업 중 한 곳이다.

실제로 이상현 대표는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골프를 너무 좋아해 관에 골프 퍼터를 함께 넣어 줬던 일화는 유명하다. 골프를 잘하는 선수보다 어렵게 골프를 하는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용품을 지원해 오곤 했다. 그렇기에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점은 참 완벽하고 성공한 사람이고 생각해 왔는데 오히려 아직도 부족하고 부끄럽다는 진정성이 담긴 말에 머리가 숙여진다.

일본의 고바야시 이치조가 말한 명언이 그가 한 말과 오버랩이 된다. “신발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면, 신발 정리는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당신을 신발 정리만 하는 심부름꾼으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이미 그는 골프계에서 제일 일을 잘하는 사람이자 마에스트로이다. 그렇기에 그를 장인으로만 놔두지 않는 것 같다. 생각해 본다. 30년을 한 길을 걷고도 아직도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그 말속에서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내야 하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이종현 시인은…
골프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매혹, 골프라는’ 외에 골프 서적 10여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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