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3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컷 통과에 성공했지만, 악천후 속에 끝내 72홀 완주를 하지 못했다.
“내게 어려운 점은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다. 작년 컷 통과는 내게 작은 승리이자 큰 성과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었다. 지난 2021년 2월, 차량 전복 사고를 겪고서도 불굴의 의지로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통해 복귀했던 그는 올해 마스터스를 앞두고선 “작년보다 경기력은 더 좋아졌다. 이겨내고자 하는 열망으로 극복했다”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선 쉽지 않았다. 그는 2년 연속 컷 통과에 성공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23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세웠지만, 3라운드에서 끝내 기권하면서 더 이상 플레이하지 못했다. 우즈는 자신의 SNS에 “족저근막염이 악화해 기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즈를 힘들게 한 변수는 분명 있었다. 이번 대회엔 비 바람이 잦았다. 대회 중 하루에 10㎞ 안팎을 걸어야 하는 가운데서 경사까지 심한 마스터스 대회장의 환경까지 더해 무릎과 발이 온전치 못한 우즈에겐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골프 대회에 대한 의지를 높여왔던 그였기에 의지와 관계 없는 현실적인 상황에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를 하면서도 수차례 다리를 절고,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이거 우즈는 87회 마스터스 내내 힘겨운 플레이를 했다. [사진 Gettyimages]
우즈의 캐디 조 라카바는 대회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본 건 처음”이라고 한 바 있다. 우즈는 차량 전복 사고에 따른 수술을 포함해 20회 이상 수술을 했다. 왼 무릎만 6차례, 허리 수술을 5차례 했고, 아킬레스건 수술도 다수 했다. 그리고서 차량 전복 사고로 오른 무릎 경골과 비골이 모두 골절돼 다친 부위에 철심, 나사를 박는 큰 수술을 진행했다. 국내에 골프의학연구회를 주도해 만든 남기세 남기세병원 원장은 최근 JTBC골프 프로그램 <클럽하우스>에서 “(저널과 현지 보도 등을 통해 본 바로는) 우즈가 워낙 강력한 스윙을 하다보니 허리에 무리가 갔고, 자꾸 충격이 가해지면서 그 마디가 덜컹거렸을 것이다. (차량 전복 사고를 통해서는) 경골과 비골이 골절돼 이 뼈가 피부 바깥으로 튀어나와 감염의 위험성이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골절 부위를 관통하는 철심을 삽입해 골절부를 고정하는 골수내못고정술과 (주변 부위에)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막을 터주는 응급술인 근막 절개술을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즈는 이전 같지는 않아도 프로 골프 대회에 꾸준하게 나서고, 이 대회에 나서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까지 더하고 있다. 많은 움직임에 당연히 부상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제이슨 데이(호주)가 마스터스 현장 인터뷰에서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 우즈가 기권을 한 이유를 비교적 자세히 언급한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데이는 “우즈는 (PGA 챔피언십 당시) 몸에 박혀 있던 나사가 피부를 뚫고 나와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번(마스터스)엔 얼마나 심한 지 모른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의 올 시즌 목표는 4대 메이저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것이다. 일단 첫 도전은 끝났다. [사진 Gettyimages]
결국 우즈가 앞으로 꾸준하게 경쟁하는 골퍼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부상 관리, 더 나아가선 건강한 골프를 더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상황이 됐다. 우즈는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믿고, 그만큼의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이 지금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우즈는 올해 목표로 4대 메이저 대회에 모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올해 첫 메이저 대회는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다.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