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재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세계 랭킹 3위 존 람(스페이), 세계 랭킹 4위 빅터 호블란(노르웨이)
지구에서 가장 골프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무대가 바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이다.
이곳에서 실력을 입증하면 부와 명성이 실과 바늘처럼 묶여 한꺼번에 품속으로 굴러 들어온다. 전 세계 스포츠 분야 중 가장 많은 판돈(?)이 걸린 경기들이 즐비하고 단 30명만 출전하는 시즌 마지막 대회에는 1800만 달러(한화 약 244억 4000만 원)의 보너스 상금이 걸려 있다.
2022~2023시즌 PGA투어 ‘쩐의 전쟁’에서 20대 영건들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띄었다. 그들은 모두 돈방석에 앉았고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에 받으며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젊은 동력을 얻은 PGA투어는 LIV골프라는 강력한 대항마의 등장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 거대 괴물을 집어삼킨 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라이더컵에 출전한 스코티 셰플러
가장 앞에서 투어를 이끈 기수는 만 27세의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이다. 그는 2021~2022시즌 마스터스를 포함해 4승을 거두고 2022~2023시즌 WM 피닉스 오픈 2연패에 이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석권하며 넘버원 자리를 고수했다.
셰플러는 23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 통과에 성공했고 톱10에 무려 17번이나 들었으며 25위 밖으로 순위가 밀려난 것은 단 2차례뿐이었다.
셰플러는 플레이할 때 늘 열정적이고 경쟁을 즐기는 선수로 유명하다. 시즌 내내 마스터스 챔피언 존 람(스페인)과 우승 경쟁을 펼치며 PGA투어는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존 람은 1994년생으로 만 29세이다.
세계 넘버원 자리를 두고 두 선수는 치열하게 싸웠다.
마스터스 우승자 존 람
존 람은 올해 초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시작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까지 연달아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스코티 셰플러에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타이틀을 내주며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 4월, 마스터스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존 람은 시즌 4승째를 챙기며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한 바 있다.
반면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인 US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오른 스코티 셰플러는 마스터스 이후 빼앗긴 세계 1위 자리를 다시 가져왔고 현재 수성 중이다.
스코티 셰플러가 세계 랭킹과 PGA투어 상금 랭킹 부문에서 모두 1위(2101만 4342달러)를 지킨 가운데 시즌 막판 존 람을 세계 랭킹 3위까지 끌어내린 이가 등장했다.
노르웨이 출신의 ‘태권 청년’ 빅터 호블란(26)이다.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워 우리나라 골프 팬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온 호블란은 BMW 챔피언십과 투어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우승컵을 싹쓸이했다.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18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까지 획득한 노르웨이의 빅터 호블란
호블란이 세계 랭킹 5위에서 4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동안 존 람은 넘버원 자리에서 2위로, 다시 3위까지 떨어졌다. 람은 디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그 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여파가 이어진 것.
‘포스트 타이거 우즈’라 불리는 호블란은 PGA투어 상금 랭킹 3위(1411만 2234달러)에 오르며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편 2022~2023시즌은 코리안 영건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코리안 듀오 임성재(25)와 김시우(28)를 비롯해 ‘톰 김’ 김주형(21)은 남자 골프의 인기를 견인했다.
(왼쪽부터) 코리안 영건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세계 랭킹 16위의 막내 김주형이 가장 먼저 승전고를 울렸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PGA투어 정식 회원이 된 이후 첫 우승이자 자신의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44만 달러(한화 약 19억 5000만 원). 2021~2022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 우승 이후 2달 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김주형은 이번 시즌 26개 대회에 출전해 626만 2917달러를 벌어들여 상금 순위 23위에 올랐다.
새신랑 김시우(세계 랭킹 40위)가 그 뒤를 이었다. 그는 올해 1월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 우승으로 투어 통산 4승째를 챙겼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시우는 아내 오지현(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스타 플레이어)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전 우승에 성공하며 우승 상금 142만 2000달러를 받았다. 그는 28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번, 톱10에 5회 진입하며 상금 538만 62달러를 벌어 PGA투어 상금 순위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임성재(세계 랭킹 26위)는 2022~2023시즌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30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9번, 톱25에 17번이나 드는 등 꾸준한 성적을 내며 상금 순위 20위(648만 7421달러)로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가장 높은 순위다.
2022~2023시즌 PGA투어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실력파 영건들의 활약으로 그 어느 시즌보다 풍성하고 볼거리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