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나이키 옷과 골프화 골프클럽을 쓰던 전성기 시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이번 주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챔피언십에서 나이키골프의 상징적인 로고 스우쉬를 착용하지만 그 로고를 보는 것은 마지막일 듯하다.
47세를 넘긴 우즈가 스무살이던 1996년에 처음 후원한 이래 무려 5억 달러(6602억원)가 넘는 계약금에 27년간 변함없는 멋진 동행을 끝내고 후원 계약을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노래잉업, 스포츠체카, 영국의 메일 등 매체들이 이달 말에 우즈가 나이키와의 오랜 계약을 종료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계약이 종료되는 것이라 나이키를 계속 착용할 수는 있다.
우즈는 나이키 골프와 함께 메이저 15승을 거두었다. 그의 호쾌한 샷, 압도하는 경기력과 함께 나이키 옷은 날개돋힌 듯 팔렸다. 우즈가 유행시킨 골프 패션의 큰 변화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골퍼는 칼라 있는 티셔츠를 입어야 한다는 통념이 지배했으나 우즈가 라운드넥 티셔츠를 입는 순간 깨졌다.
지난 2016년 나이키골프 계약 20주년 행사장에서 필 나이츠 나이키 회장과 함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회 파이널 라운드에는 빨간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오는 우즈의 의상 컨셉트는 그 자체로 골프 황제의 아이콘이 됐다. 우즈가 입거나 신는 의류와 신발 모델은 출시마다 엄청난 팬덤을 일으켰고 불티나게 팔렸다. 점잖은 골프화에서 운동화 스타일로의 변화도 우즈가 확산시켰다.
한참 후발주자로 골프용품 사업에 뛰어든 나이키가 최고의 홍보 효과를 얻었던 순간이 있다. 2005년 마스터스 마지막날 크리스 디마르코를 추격하던 우즈가 파3 16번 홀 그린 밖에서 한 칩샷이다. 그린에 떨어진 공은 90도 꺾어지면서 굴러 홀 앞에 멈췄다. 우즈를 포함해 모두가 숨죽이고 공을 지켜보는 순간 나이키 로고가 한 번 보이더니 홀안으로 사라졌다.
나이키골프가 2016년 용품 사업을 갑자기 접으면서 우즈는 클럽은 테일러메이드, 공은 브리지스톤으로 바꿨다. 하지만 의류와 골프화는 변함없이 나이키를 고집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자동차 사고에서 돌아온 뒤로는 대회에서 나이키 골프화를 신지 않기도 했다. 나이키 골프화를 신었던 대회는 지난해 여름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의 디오픈이었다.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에서 우즈는 풋조이를 신고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부터 우즈는 나이키 대신 타이틀리스트의 풋조이 골프화를 신었다. 당시 우즈는 기자회견에서 바뀐 골프화에 대해 “저는 매우 제한적인 이동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설명을 했다. 운동화보다 바닥이 딱딱하고 안정적인 접지력을 가진 골프화를 고른 이유다. 우즈의 이같은 행동에 나이키와 타이틀리스트 주가가 급변했다.
세밑이라 그런지 나이키 골프 의류 부문을 내년부터 다른 브랜드가 이어받는다는 설도 나왔다. 영웅적인 샷과 절묘한 퍼트를 넣고 하던 과감한 우즈의 세리머니 속에 나이키가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우즈의 단편들이 하나둘씩 지워지는 것 같아 아쉽다. 2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