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입은 소렌스탐이 지난 일요일 시상했다 [사진=마스터스]
1932년 미국 조지아주에 개장한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은 설립자 보비 존스와 클리포드 로버츠의 철학을 계승한 전통을 중시하는 골프장이다.
아마추어 골프리즘을 대표하는 존스를 기리면서 1934년부터 마스터스를 개최해 올해로 88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한 곳에서만 개최하고 있는 이 골프장의 역사는 따라서 골프의 근현대 사회사와도 맞닿아 있다.
이 골프장은 다른 폐쇄형 멤버십 골프장처럼 여성 정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스트로 와서 라운드는 가능했어도 회원이 된 사례는 없이 남성만의 클럽 전통을 지켰다. 모든 골퍼는 백인이고 캐디는 흑인이어야 한다는 정책을 1대 회장 로버츠 시대까지 고수했으니 여성 회원을 받지 않는 건 당시 흔했다.
1990년9월 제 4대 호드 하딘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은 ‘시대가 바뀌었다’면서 흑인을 처음 회원으로 받아 들였다. 로널드 타운젠드 가네트텔레비전 그룹 사장이었다. 이후로 로이드 와드 미국 올림픽위원회 회장, 케네스 채널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회장, 레이 로빈슨 AT&T 남부지사 사장 등이 착착 회원이 됐다.
마사 버크의 오거스타 여성 회원 관련 집회
새 천년 이후로 세상이 바뀌었다. 2002년 미국의 여권 운동가 마사 버크가 제 5대 회장 윌리엄 후티 존슨에게 여성 회원을 받으라는 공개 편지를 골프포위민 월간지에 게재했다. 존슨은 ‘오거스타는 남성들만의 사교 모임 장소’라고 답하자 버크는 이듬해 회원들을 데리고 골프장 앞에서 여자 회원을 받으라 주장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어서 버크는 마스터스에 광고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였다. 뉴욕타임즈가 회원 290명의 명단을 발굴하고 터트렸다. 대회 주관 방송사이던 CBS의 전 토마스 와이먼 회장이 그들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회원권을 자발적으로 반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골프장은 ‘와이먼의 대응이 유감’이라고만 논평했다.
또한 존슨 회장은 2년간 광고없이 방송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존슨은 방송사에 중계권을 공짜로 주면서 ‘우리가 옳기에 이번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면서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문제는 2012년 가을에 터졌다. 마스터스를 후원하는 데이터 기업 IBM 회장은 회원으로 받아주었는데 그해 10월에 IBM 회장 버지니아 로메티가 회장이 된 것이다.
여성계가 다시 들썩였다. 골프계는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 밋 롬니 등도 금녀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국 로메티가 회원 자격을 받지 못하자 이번에는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결국 이듬해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달라 무어 금융 투자가를 받아들였다. 로메티도 그 뒤 자연스레 회원이 됐다.
오거스타내셔널 여성 회원들 콘돌리자 라이스, 소렌스탐, 하이디 유버로스, 로메티까지
이후 골프장에서는 전 페블비치 공동 회장이자 현재 미국프로농구(NBA) 회장 하이디 유버로스, JP모건 등을 거쳐 스페인의 대형 은행 산탄데르 그룹을 이끄는 아나 파트리샤 보틴 회장이 골프장 정회원이 됐다.
프레드 리들리 7대이자 현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대회 전 토요일에 18홀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를 만들어 여자 선수들에게 이 골프장에서 시합하는 대회를 만들면서 여성 골프의 후원자가 됐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이 대회는 다양한 메이저 특전을 받는 등 매년 인기와 주목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10월25일 안니카 소렌스탐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회원이 됐다. 지난 주말 열린 어린이들의 오거스타내셔널 행사 드라이브 칩 & 퍼트에서 소렌스탐이 그린재킷을 입고 아이들을 시상하기도 했다. 골프장은 이를 바탕으로 제2의 코스를 만드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과 관련된 회원 및 재미난 부동산 이야기 ‘명땅열전’은 JTBC골프 유튜브 채널 ‘전썰의 골프장’ 2탄에서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