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가 9년 전에 국내 KLPGA선수로 초청 출전해 우승했다 [사진=USGA]
올해 여자골프 최대 메이저인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 20명이 시즌 첫승에 도전한다. 올 시즌 13번째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무승 가뭄을 해갈시켜줄 선수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 대회의 한국 선수의 출전 통계를 보면 우울해진다.
사상 최고 총상금인 1200만 달러(164억원)가 걸린 이 대회에는 총 156명이 출전하는데 한국 선수는 일본보다 한 명이 적어졌다. 지난 1998년 박세리의 드라마틱한 우승 이후 한국 선수는 2020년까지 11명의 챔피언을 배출했으나 올해 출전자 20명은 박인비가 최연소 우승하던 2008년 이후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1년과 함께 가장 적은 숫자다.
출전 선수가 적다고 우승을 못하란 법은 없다. 2012년에 최나연이 우승했을 때와 이정은6가 우승한 2019년의 한국 출전 선수는 불과 22명이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쑥쑥 건져올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현저한 숫자의 차이가 난다.
KLPGA출신 선수가 3번 US여자오픈을 우승했다
지은희가 투어 2년 차로 베들래햄 서콘밸리에서 우승하던 2009년, 유소연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로 활동하던 중에 출전해 서희경과 월요일까지 이어진 연장 승부로 우승한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에서의 2011년 대회만 해도 무려 35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었다.
당시엔 우승자 외에도 한국 선수가 톱10의 절반을 차지했다. 2009년 지은희가 우승할 때는 김인경이 3위, 최나연, 배경은, 박희영이 공동 9위였고 21명이나 컷을 통과했다. 2011년 유소연이 우승할 때 월요일 연장전을 치른 서희경이 2위, 박인비가 6위, 신지애, 양영아, 김인경이 공동 10위였고 무려 19명의 선수가 컷을 통과했다.
반면 최근 수년간 이 대회에선 톱10으로 마친 한국 선수가 줄었다. 22명 출전했던 지난해에 신지애가 공동 2위를 했고, 김효주가 공동 6위, 유해란이 8위였으며 컷 통과는 14명이었다. 2022년에는 22명이 출전해 최혜진이 3위, 고진영이 4위를 했고, 컷 통과는 11명이었다. 2021년은 고진영, 박인비가 공동 7위였고 11명만 컷을 통과했다.
올해 첫 출전인 KLPGA 선수 김민별 [사진=USGA]
US여자오픈 출전권 항목을 보면 KLPGA투어 선수는 상금 랭킹 5명까지 출전할 수 있고, 롤렉스 랭킹 세계 톱 75위 이내도 출전할 수 있지만 올해도 KLPGA 선수는 박현경, 김민별, 김수지 3명 뿐이다. 매년 출전 자격에 들었던 박현경은 최근 두산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하고 6년 만에 두 번째 출전한다.
KLPGA투어의 출전권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세계 메이저를 나오지 못하는 역설이 생긴다. 소속 선수가 해외 메이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대상 포인트를 4배로 주며 적극 장려하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를 KLPGA가 참고하길 바란다. 지난해 박민지는 US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나 국내 무대로의 복귀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매년 30여명 이상씩 뛰어난 한국 선수들의 출전이 이어지자 미국골프협회(USGA)는 지난 2014년부터 국내에서 US여자오픈 36홀 최종 예선전을 치르게 배려했다. 모든 경비를 그들이 댔고, 이를 통해 출전한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국에서의 최종 예선전은 없어졌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올해는 무려 5명이나 출전권을 얻었다.
2020년 KLPGA출신으로 우승한 김아림 [사진=USGA]
한국 예선전이 지난해 취소된 데 대해 USGA가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한골프협회(KGA) 관계자는 “한국 예선전에 수준 높은 프로 선수 참여가 적어서 그런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 2022년에는 프로 10명에 아마추어 61명까지 71명만 출전했고, 아마추어 3명이 출전했으나 모두 컷 탈락했으니 USGA가 예선전을 지속할 이유를 못찾았을 법하다.
프로들이 외면하고 예선전도 없어지면서 최대 메이저에 나가는 한국 선수가 줄어드는 건 프로 선수들이 외국의 상위 랭커들과 경쟁하거나 자극을 받을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만 대회를 출전하는 것과 해외의 큰 대회에 나가 생소한 환경에 맞서는 중에 어느 편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유리할까는 자명하다.
심지어 국내에서 10월에 열리는 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조차도 KLPGA는 비공인 대회로 규정하면서 선수들의 출전을 막고 있다. 뛰어난 해외 선수들과 경쟁하는 속에서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가능하지 않았나?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우승한 고진영 [사진=USGA]
고진영이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를 통해 해외로 진출했고 결국 세계 1위까지 올랐던 대표 사례다. ‘덤보’ 전인지도 9년 전 올해 대회가 열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랭카스터 골프장에 KLPGA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마지막 한국 선수 우승인 2020년 김아림에 이어 한국 선수 중에 우승하면 너무나 좋겠으나, 우승이 아니어도 톱10에 많이 오르기를 기원한다. 상금은 국내 대회보다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한 세계 랭킹의 상승폭도 더 높을 것이고, 거기서 얻는 성취감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