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디섐보의 50타깨기 영상 [사진=브라이슨 디섐보 유튜브 캡처]
필드의 물리학자이자 올해 메이저 US오픈 챔피언인 브라이슨 디섐보(31)가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과 가진 ‘50타 깨기’ 이벤트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디섐보가 24일(한국시간) 올린 이 영상은 하루가 지나 조회수 500만뷰를 돌파했다. 85만명에 불과하던 디섐보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하룻새 111만명으로 늘었다. ‘상이군인의 자선기금 마련 18홀 50타 깨기’ 이벤트였지만 트럼프가 몇 개월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라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디섐보는 8개월 전부터 다양한 골퍼들과 골프코스의 가장 앞 티인 레드 티잉구역에서 50타를 깨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GM골프 운영자 가렛 클락과 18홀 50타 깨기를 시작으로 인기 인플루언서 페이지 스피라넥, 세르히오 가르시아, 장타대회 챔피언과 함께 50타를 깨는 도전 영상을 두어달 간격으로 만들었다.
디섐보와 트럼프의 50타깨기 유튜브 화면
디섐보는 이번이 6번째 영상인데 2개월전의 장타 대회 챔피언과 찍은 영상 조회수 187만회를 훌쩍 뛰어넘었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 골프장에서 ‘스크램블’로 진행했다. 둘이 각자의 공으로 샷을 한 뒤 다음 샷부터는 더 좋은 위치에서 치는 방식이다. 버디는 1만 달러, 이글은 2만 달러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이 영상은 트럼프가 지난 13일 총기 피격을 당하기 전인 7월 첫째주에 촬영되었다. 디섐보는 트럼프는 물론 민주당 조 바이든 측에도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히면서 정치적인 의도가 없이 상이군인을 돕는 행사임을 여러번 강조했다. 두 골퍼는 버디 12개, 이글 5개를 합쳐 22언더파를 기록해 목표인 50타를 깨지는 못했다.
트럼프는 핸디캡 2의 골프광이자 골프장 17곳을 운영하면서 부동산업으로 재산을 키운 재벌이다. 이날 역시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썼고 카트 좌석에는 대통령 인장이 찍인 골프 카트도 직접 몰았다. 재미난 사실은 45대 대통령을 지냈으나 이미 47대가 인쇄된 모자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인장이 찍힌 골프카트를 몰고 47대가 적힌 모자를 쓰고 라운드했다.
18홀을 돌면서 나누는 대화에서는 트럼프의 자시 과시가 잘 드러난다. 자신이 스코틀랜드에서 사들인 턴베리 골프장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이라고 자랑한다. 또한 경기 전에 연습장에서 워밍업을 하면서도 “이 경기는 역대 가장 위대한 골프 라운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자평한다.
영상을 보면 트럼프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고령인 탓에 유연하지 않은 몸을 보완하기 위해 샷을 하고 폴로스루를 지나 앞으로 걸어나가는 게리 플레이어의 ‘워크 스루(walk through)’ 피니시를 썼다. 그의 드라이버 샷은 팔순을 앞둔 나이에 비하면 대체로 멀리 잘 날아갔고 퍼트도 뛰어났다.
디섐보는 파5 홀에서는 350야드를 넘나드는 엄청난 장타로 이글 기회를 자주 만들었다. 하지만 파4(308야드) 9번 홀에서는 디섐보의 티샷이 오비가 나면서 트럼프가 친 200야드 티샷으로 두번째 샷을 썼고 거기서 다시 트럼프의 그린에 올린 볼로 트럼프가 버디를 잡았다. 디섐보는 “오로지 대통령 혼자 힘으로 버디를 잡았다”고 상대를 추켜세웠다.
트럼프는 디섐보와 한시간의 영상을 만들었다.
디섐보가 이 영상을 올린 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카멜라 해리스로 바뀌고 대통령 지지율이 역전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뒤다. 그가 사회관계망 사이트 엑스(X)에도 올린 이 영상은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598만 뷰어를 기록했고 '좋아요'가 2만1900개, 댓글 913개가 나왔다. 이 영상이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복잡성도 함께 내포한다.
트럼프는 중동 오일머니가 후원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대척점에 있는 리브 골프와는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리브 대회도 트럼프 골프장에서 열렸다. 따라서 리브골프 선수인 디섐보의 영상에 참여해 1시간의 영상을 찍은 것이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차기 대통령인 듯 47 숫자를 붙인 허세는 트럼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다.
다만 디섐보가 트럼프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지 않고, 편하게 ‘파트너’라고 부르거나 이글을 잡고서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미국 골프 문화는 부럽다. 전 대통령과 프로 골퍼가 한 시간 짜리 골프 영상을 올려도 재미난 영상으로 인식될 때 그 나라의 골프는 스포츠로 대중화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