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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일본에서의 두번째 PGA투어

남화영 기자2024.12.15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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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PGA투어 출전자 왼쪽부터 카이토 오니시, 마쓰야마 히데키, 리쿠야 호시노.[사진=PGA투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일본에서 조조챔피언십 후속으로 베이커런트클래식을 개최한다.

PGA투어는 지난 11일 일본의 종합 컨설팅 회사인 베이커런트가 후원하는 정규 대회를 내년부터 요코하마컨트리클럽(CC)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대표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 뿐만 아니라 올해 유럽 DP월드 무대를 뛰었던 호시노 리쿠야, 2부 콘페리투어에서 활동한 카이토 오니시 등 내년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까지 자리했다.

지난 2019년 도쿄 인근 치바의 나라시노 골프장에서 조조챔피언십으로 시작한 PGA투어는 일본 땅에서 5번 개최하면서 안착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출전한 첫 대회에서 PGA투어 최다승인 82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가을에는 미국 셔우드CC로 장소를 옮겨 개최하면서 일본에서의 PGA투어 개최는 멀어지나 싶었다.

제주도에서 개최하던 더CJ컵의 경우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으로 옮겨간 뒤로는 국내에서 열리지 않고 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K-무비와 드라마 등으로 비비고 만두 등 한식 붐이 미국서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조챔피언십은 2021년 일본으로 복귀했다. 맞춤 의류 브랜드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일본 내수용 브랜드가 후원사였던 게 주요한 이유다.

왼쪽부터 베이커런트 부사장 다이스케 기타카즈, 아베 요시유키 베이커런트 대표, 마쓰야마 히데키, 크리스찬 하디 PGA투어 부사장, 이승호 PGA투어 아시아 대표 [사진=PGA투어]

2021년 열린 세 번째 대회에서는 일본의 자존심인 마쓰야마 히데키가 우승했다. 2022년에는 총상금을 1100만 달러까지 인상했으나 PGA투어가 올해부터 단년제 시스템으로 복귀하면서 지난해부터 이 대회는 중급 규모인 가을 시리즈가 됐다. 총 상금도 850만 달러로 250만 달러나 인하됐다. 올해 역시 가을 시리즈로 치러지면서 대회가 소멸될 우려도 높았다.

일본골프투어기구(JGTO)와 공동 주관인 베이커런트클래식은 일본 선수들이 PGA투어 선수들과 함께 겨뤄볼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투어 성적 상위 JGTO 선수 14명이 78명의 출전자에 녹아들었고 결과적으로 스기우라 유타는 6위로 마쳤다. 일본 선수들이 고국에서 PGA투어 대회를 출전할 수 있다는 건 큰 무대로 업그레이드할 등용문이기도 하다.

가을 시리즈로 열리기 때문에 베이커런트클래식 역시 총상금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PGA투어 대회가 일본 땅에서 꾸준히 이어진다는 사실 자체의 의미가 크다. PGA투어가 지난 2016년부터 도쿄에 아시아 지사를 운영 중이다.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국적을 보면 한국인이 더 많지만 세계 시장은 일본 투어와 시장을 더 크게 평가하고 있다.

Y자 소나무가 상징인 요코하마 웨스트 코스 17번 홀.

이승호(크리스 리) PGA투어 아시아 지사장은 “베이커런트를 PGA투어의 새 파트너로 맞이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요코하마CC는 선수들을 평가할 세계적인 명소”라고 평가했다. 이 골프장 웨스트 코스는 일본오픈을 2번 개최했고, 영국의 톱100골프코스닷컴에서 아시아 100대 코스 중 8위에 선정(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22편 요코하마 웨스트 참조)했다.

아베 요시유키 베이커런트 사장은 “PGA투어와 함께 국경, 세대, 성별을 초월해 사랑받는 스포츠인 골프를 통해 국내외에서 인지도와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후원의 의미를 부여했다. 1998년 설립된 베이커런트는 도쿄의 컨설팅 회사로, 첨단 기술, 미디어, 통신, 자동차, 의료,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다룬다.

한국에도 CJ그룹이 후원하는 정규 PGA투어 대회로 더CJ컵@나인브릿지가 2017년부터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에서 3년간 열렸다. 한국 선수 십여 명이 대회 출전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 대회는 팬데믹 이후로 미국으로 장소를 옮겼다. 올해부터는 5월로 일정을 당겼고 대회 운영사도 현지의 바이런 넬슨 재단으로 바뀌어 더CJ컵@바이런넬슨으로 열린다.

CJ그룹과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한국 기업들이 PGA투어, DP월드투어 등에 빅 이벤트를 후원하는 큰 손이 됐다지만 최근 해외 투어들은 점차 소수 엘리트 중심 구조로 바꾸고 있다. 당장 올해만도 더CJ컵에 초청 출전하는 한국 선수가 대폭 줄었고, 2월의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던 코리안투어 대상 수상자 출전권도 사라졌다.

PGA투어 퀄리파잉 최종전 3위의 다쿠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급변하는 해외 투어의 변화 상황에서 PGA투어를 꿈꾸는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이 소리없이 닫히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때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PGA투어는 일본 땅에서는 꾸준히 열리면서 큰 무대로의 진출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PGA투어에 한국 기업은 더 많은 돈을 후원하지만 정작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더 줄었다.

김주형, 김성현 이후로는 PGA투어 진출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제네시스챔피언십도 지난해보다 상금액은 대폭 인상되었으나 DP월드투어와 공동 주관하던 코리아챔피언십과는 달리 코리안투어 출전자는 30명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 코리안투어를 석권한 장유빈이 PGA투어 대신 리브골프를 진로로 택했다. 내년 5월엔 리브골프가 한국 땅에서 열린다.

일본 선수는 내년 PGA투어 진출자가 호시노, 카이토까지 2명 늘었다. 더 많은 해외 투어의 경험 때문이다. 카나야 다쿠미는 현재 진행중인 퀄리파잉 시리즈 최종전에서 3위에 올라 있어 합격 가능성도 높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내년 PGA투어를 뛰는 선수들이 생겨난다. 대회 여건과 환경 등이 뒷바침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 땅에서 PGA투어가 계속 열리고 있으며 팬들이 갤러리로 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PGA투어의 꿈을 꾸는 한국 선수들이나 골프팬에게는 한국 땅에서 사라진 PGA투어 대회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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