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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슨 리, 10년 전 박지은 우승 볼 잡은 인연

이지연 기자2014.12.14 오전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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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슨 리는 2004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자 박지은의 공을 잡은 인연이 있다. [사진 골프위크]

2004년 3월 열린 메이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자 박지은(35·은퇴)이 갤러리를 향해 던진 공을 한 소녀가 잡았다. 주인공은 ‘재미 동포’ 2세인 알리슨 리(19·당시 9세). 6세 때 골프를 시작한 알리슨은 이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서겠다는 꿈을 키웠다. 알리슨의 꿈이 딱 10년 만에 이뤄졌다.

알리슨은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LPGA인터내셔널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 최종 5라운드에서 합계 10언더파로 ‘호주 동포’ 이민지(18)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마지막 날에는 한타, 한타에 출전권의 향방이 갈리는 엄청난 긴장감 속에 평균 두 클럽 정도를 더 감안해야 할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4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였던 장하나(22·BC카드)는 무려 8타를 잃고 공동 6위까지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알리슨은 이븐파로 흔들림없는 경기를 했다. 알리슨은 “다른 대회와 다를바 없이 즐겁게 쳤다. 만약 떨어져도 학교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리슨은 지난해 명문 UCLA에 골프 장학생으로 입학해 국제개발학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행을 앞당기는 요즘 추세와 달리 알리슨은 학업에 관심이 많았다. 2년 동안 평점 평균은 4점 만점에 3.3. 골프와 공부를 병행하기 쉽지 않지만 그는 대학 무대에서 4승을 거뒀고 지난 6월에는 대학 최고 여성 골퍼에게 주는 ‘아니카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지난해 말 리디아 고(17·뉴질랜드)가 프로로 전향하면서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알리슨은 “렉시 톰슨처럼 일찍 프로 전향한 친구가 부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통해 골프가 훨씬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별 생각없이 골프를 했지만 시간을 쪼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골프를 더 즐기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Q스쿨을 1등으로 통과한 알리슨은 쉴 새도 없이 곧바로 캠퍼스로 향했다. 알리슨은 “일단 기말고사를 잘 봐야 하기 때문에 기뻐할 새도 없다. 프로가 되면 대학 골프팀 활동은 못하겠지만 학업은 마칠 것”이라고 했다.

Q스쿨을 마치고 프로 전향을 선언한 알리슨은 내년 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2015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로 했다. 아일랜드계 혼혈인 아버지(이성일)와 한국인 어머니(김성신) 사이에서 태어나 큰 키(1m75cm)와 이국적인 마스크를 가진 알리슨은 LPGA 투어의 새로운 흥행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화현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고, 한국어도 꽤 잘 하는 그는 “6년 동안 한국에 못 갔다.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서 한국에서 열리는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받고 싶다. 그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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