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또 안경을 벗고 소녀 티를 벗은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18세 골프 여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롱런의 기틀을 잡았다. 22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리디아 고가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9언더파 71타, 최종합계 283타다. 7언더파의 양희영(26)을 2타 차로 제쳤다.
리디아 고의 LPGA 통산 6승이다. 지난 1일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또 뿔테 안경을 벗고 나서 첫 우승이기도 하다. 리디아 고는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다가 17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최나연(28.SK텔레콤)에게 역전패한 아쉬움을 씻었다. 올 시즌 3개 대회에서 모두 톱 10에 드는 꾸준함도 보였다. 한국계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리디아 고와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아리야 주타누간(20.태국)은 거물이다. 아마추어 시절 리디아 고, 김효주(20.롯데)와 함께 빅쓰리였다. 2012년 US아마추어 오픈에서 일합을 겨뤘는데 예선에선 김효주-주타누간-리디아 순이었다. 결승 토너먼트에서는 리디아 고가 4강에서 아리야를 3홀 차로 여유 있게 꺾었고 우승도 차지했다. 반면 2013년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셋이 한 조에서 경기해 주타누간이 완승을 했다.
아리야는 괴물이다. 300야드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이며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2번 아이언을 쓴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남자 선수”라고 했다. 이번 대회는 리디아 고와 LPGA 회원이 된 괴물 아리야와의 첫 대결이자 기싸움이었다. 아리야 주타누간은 김효주나 백규정, 리디아 고 등과 앞으로 10년 이상 경쟁할 선수다. 향후 10년의 판도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첫 홀 두 선수는 긴장한 듯 함께 보기를 했다. 그러나 리디아 고의 면돗날 같은 샷은 살아 있었다. 짧은 파 4인 3번 홀에서 웨지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어 이글을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나온 샷 이글이었다. 1온을 노렸던 주타누간의 티샷은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지면서 파에 그쳤다. 주타누간은 5번 홀에서 자신의 장기인 거리에 발목이 잡혔다. 3번 우드로 쳤는데도 페어웨이를 지나가 러프에 빠졌다. 거리가 257m나 나왔다. 이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밀렸다.
리디아 고는 8번 홀에서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맞고 튕겨 넘어갔다. 세 번째 피치샷은 그린에 올라가다 굴러 내려왔다. 그러나 4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보기 퍼트를 우겨넣었다. 리디아 고는 10,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주타누간을 완전히 떼어놨다.
운도 좋았다. 12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바깥에 떨어지는 듯 했으나 튕겨서 그린위로 올라갔다. 리디아 고는 약 5m 내리막 퍼트를 했다. 약간 짧은 듯했으나 흐물흐물 굴러가더니 홀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떨어졌다.
주타누간이 포기하자 앞 조에서 경기하던 양희영이 추격을 했다. 9언더파로 동타를 유지했다. 그러나 15번홀과 17번 홀에서 1m가 되지 않아 보이는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컵을 리디아 고에게 헌납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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