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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신인' 양자령 "대회 출전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이지연 기자2016.02.23 오후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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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조건부 시드에 이어 올해 풀 시드를 받은 양자령. 그는 "조건부 시드였을 때는 늘 마음을 졸이고 살았다. 풀 시드를 받으면서 미리 스케줄을 짤 수 있게 됐고 비로소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오종택기자]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요.”

미국 시간 아침 7시 30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차 양자령은 휴식기에도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떠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주 LPGA 투어는 태국(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열린다. 다음 주에는 선수들 대부분이 싱가포르(HSBC 챔피언십)로 날아간다. 그러나 아시아 대회의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한 양자령은 3월 18일 개막하는 JTBC 파운더스컵을 준비하기 위해 애리조나로 향했다. 양자령은 “샷감도 좋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는데 시즌 2개 대회 만에 5주나 쉬어야 하는 상황이 돼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해에 비한다면 지금의 아쉬움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양자령은 지난 해 조건부 시드를 받아 12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출전한다는 보장이 없어 대기 번호가 앞쪽이면 미리 가서 대기해야 하는 식이었다. 그러고도 출전하지 못한 대회가 있었고 3월 중순 시즌을 시작해 8월에 시즌이 끝났다. 양자령은 “조건부 시드였을 때는 늘 마음을 졸이고 살았다. 풀 시드를 받으면서 미리 스케줄을 짤 수 있게 됐고 비로소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해 양자령은 데뷔전이었던 JTBC 파운더스컵에서만 컷을 통과(공동 34위)했을 뿐 나머지 11개 대회에서 컷 탈락을 당했다. 결국 Q스쿨 재수 끝에 공동 10위에 올라 풀 시드를 얻었다. 양자령은 “스케줄 관리도 어려웠던데다 허리 디스크 통증때문에 샷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하고 얼떨결에 시즌이 끝나버렸다. 그래서 지난 해가 아닌 올해가 진짜 신인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중고 신인’ 양자령은 올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톱 10을 기록했다.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컷 탈락하고 바로 한 주 뒤 공동 6위에 오른 반전이었다. 양자령은 “첫 대회 때는 궂은 날씨에 허리 디스크 통증이 심해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두 번째 대회 때도 허리가 아프긴 마찬가지였지만 마지막 날 4언더파를 쳤다. 지난 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상황 대처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SG 골프와 스폰서 계약을 맺어 마음이 편해진 것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양자령은 올 시즌 투어 생활의 목표를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 ‘재미있게 즐기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6세 때 골프를 시작해 아마추어 무대에서 76승을 거두며 ‘천재 소녀’로 불렸던 그이지만 “이제는 우승이 전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양자령은 “물론 성적이 좋으면 더 좋겠지만 결과만을 염두에 두면서 어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 우승만 보고 달리다 보면 빨리 지칠 것 같다”고 했다.

양자령은 지난 해 허리 디스크 통증에 시달리며 스윙을 교정했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간결한 동작에 정확한 임팩트를 하기 위한 스윙으로 바꾸면서 샷 정확도가 높아졌다. 지난 해 라운드 당 평균 퍼팅 수 1위(28.50개), 온 그린 시 퍼팅 수 15위(1.778개)에 오른 발군의 퍼팅 실력까지 더해진다면 우승 경쟁은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양자령은 "지난 해에는 샷이 흔들려 버디 기회가 아닌 파 퍼팅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올해는 샷이 좋아졌기 때문에 볼을 더 홀 가까이 붙여 파가 아닌 버디 찬스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양자령이 기대하는 대회는 JTBC 파운더스컵이다. 애리조나에서 살았던 그에게 대회장인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골프장은 홈 코스같은 곳이다. 양자령은 “친구들과 팬들이 응원을 오기로 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 너무 좋고 설렌다. 기대감과 희망에 고된 연습으로 하루를 보내도 행복하다"고 웃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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