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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살라스도 폭발, '아비아라 그린 미스터리'

김두용 기자2018.03.25 오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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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젯 살라스는 25일 LPGA투어 기아 클래식 3라운드 막판에 잇따라 짧은 퍼트를 미스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순한 리젯 살라스(미국)도 폭발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기아 클래식 3라운드. 살라스는 크리스티 커(미국)와 함께 마지막 조로 플레이했다. 살라스는 12번 홀까지 3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12번 홀에서는 그린 밖 10m 거리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환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퍼트가 잘 떨어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운 후반 9홀에서 다소 고전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살라스의 분노는 퍼트에서 나왔다. 아비아라 골프클럽은 정교한 퍼트를 요구하는 코스다. 특히 핀 옆의 경사가 까다로워 짧은 퍼트라도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해야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다. 그린은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포아 애뉴아 잔디로 조성됐다. 일정하게 자라지 않아 잘 튀는 잔디인데 오후에는 그 현상이 더 심해진다.

살라스는 마지막 조로 출발했기 때문에 포아 애뉴아 잔디의 특성을 고려해 플레이를 해야 했다. 2라운드에서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는 등 순항하던 살라스도 그린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정교한 샷으로 완벽한 기회를 만들고도 충격적인 퍼트 미스를 범했다.

259야드로 세팅된 짧은 파4 16번 홀에 살라스는 티샷을 그린에 잘 올렸다. 3m 거리의 이글 퍼트를 놓쳤지만 70cm 거리를 남겨둬 버디가 무난해 보였다. 그러나 뜸을 들이던 살라스는 70cm 버디 퍼트를 어이없게 놓쳤다. 퍼트는 홀컵을 돌고 나왔다. 1온3퍼트로 파에 머물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살라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17번 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자 결국 폭발했다.

살라스는 16번 홀 3퍼트에도 17번 홀에서 환상적인 아이언 샷으로 버디 기회를 잡았다. 더 이상 잘 칠 수 없을 정도 정교한 샷을 선보였던 살라스는 1m 거리에 공을 붙였다. 성공하면 단독 선두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살라스의 퍼트는 다시 한 번 홀컵을 돌고 나왔다. 살라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홀만 노려봤다. 파 퍼트를 넣은 뒤 살라스는 퍼터를 뒤집어 들더니 그린에 내리치며 화풀이를 했다.

멕시코계 이민자로 힘들게 자라온 살라스는 순한양 이미지다. 긍정적인 사고로 투어를 누비고 있고 좀처럼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날 아비아라 골프클럽에는 인근에서 골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부모님까지 응원을 온 상황이었다. 가족과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지만 살라스는 그러지 못했다. 이날 살라스는 3타를 줄이며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올라섰음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퍼트 수가 32개로 많았고, 우승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사실 동반자의 영향도 없지 않아 보인다. 살라스와 함께 플레이를 했던 커가 라운드 내내 신경질적인 반응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날 보기 없이 버디 8개 낚으며 13언더파 선두로 나섰던 커는 이날 3타를 잃으며 10언더파 공동 4위로 주저앉았다. 상위권 선수 중 유일하게 오버파를 치는 등 충격파가 적지 않았다. 2라운드보다 11타를 더 쳤다.

커는 2라운드까지 36홀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이날 더블 보기 1개에 보기 3개를 범하며 무너졌다. 아비아라 그린의 심술에 걸려들었다. 8번 홀에서 1.5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커는 12번 홀에서 3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적으며 12언더파까지 내려왔다. 2위 그룹에 1타 차로 쫓겼다.

다시 도망갈 기회가 있었지만 커는 13번 홀에서 2.5m 버디 퍼트를 다시 놓쳤다.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한 커는 15번 홀에서 결정적인 미스를 범했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해저드에 빠지며 벌타를 받고 카트 도로 위에서 세 번째 샷을 해야 했다.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한 커는 질긴 러프에서 시도한 칩샷을 핀에 잘 붙이지 못해 4온2퍼트로 순식간에 2타를 잃으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커는 퍼터를 내려찍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수시로 보여줬다.

16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다시 11언더파가 된 커는 선두로 경기를 마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다시 1.5m 파 퍼트를 놓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드러낸 채 경기를 끝냈다. 안 그래도 신경이 날카로워진 살라스는 커의 화풀이가 계속 이어져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다행히도 커의 마지막 홀 보기는 한국 자매들의 우승 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동 선두인 지은희, 김인경은 마지막 날 ‘싸움닭’ 커와 동반 라운드를 피했다. 불같은 성미의 커는 슬로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선수들마저도 커와 동반 플레이를 꺼린다.

지은희는 챔피언 조에서 살라스와 김인경은 그 앞 조에서 웨이 링수(대만)와 동반 라운드를 펼치게 됐다. 지은희, 김인경은 포아 애뉴아 잔디의 그린을 잘 요리해야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은희는 3라운드에서 퍼트 26개만 하는 등 좋은 컨디션을 드러내고 있다.

JTBC골프는 대회 최종 라운드를 26일 오전 7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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