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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가 바꾼 세계 골프 지형

김지한 기자2022.10.12 오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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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가 올해부터 시작돼 세계 골프계 판을 흔들고 있다.

언젠가부터 골프계에 한 투어의 이름이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LIV(리브) 골프. 로마자로 ‘54’를 뜻하는 리브를 내세운 리브 골프는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의 후원을 받고 2년여 준비 끝에 지난 6월 그 실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골프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올랐다.

2022년, 리브 골프는 1년도 안돼 전 세계 프로골프에서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영국 런던 인근 센추리온 클럽에서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개막전이 열렸다. 이후 7월과 9월에 미국 4개 지역(포틀랜드, 뉴욕, 보스턴, 시카고)에서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4개 대회가 더 열렸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해졌다.

당초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 골퍼들이 주로 합류할 것으로 점쳤지만, 한창 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20~30대 특급 골퍼들이 하나둘씩 리브 골프에 모습을 드러냈다.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가 시즌 도중 리브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에 나섰다. 이어 올해 디 오픈 우승자인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리브 인비테이셔널 4차 대회에 합류하면서 골프 판이 크게 요동쳤다. 리브 골프 합류 당시 골프 세계 2위였던 스미스가 합류하면서 리브 골프가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리브 골프는 기존엔 볼 수 없던 색다른 포맷으로 일부 골퍼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진 Gettyimages]

자본력 앞세운 리브 골프

리브 골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골퍼들을 보면 비교적 화려한 편이다. PGA 투어 통산 45승을 거둔 필 미켈슨(미국)을 비롯해 더스틴 존슨(미국),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마틴 카이머(독일) 등 전(前) 세계 1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버바 왓슨(미국) 등 마스터스 우승자, 케빈 나, 매슈 울프(이상 미국),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호아킨 니만(칠레) 등 PGA 투어 우승 경력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헨릭 스텐손(스웨덴)은 내년 라이더컵 유럽 팀 단장을 내려놓고 리브 인비테이셔널 3차 대회에 출전, 곧장 그 대회에서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리브 골프로 떠난 골퍼들은 대부분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을 이룬 삶)’과 가족을 표면적인 합류 이유로 들었다. 기존엔 볼 수 없던 새로운 포맷도 골퍼들을 유혹시켰다. 리브 골프는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을 본따 팀 순위를 매기는 단체전을 도입했다. 기존 4라운드 72홀이 아닌 3라운드 54홀 포맷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것도 주목받았다. 9월 초 열린 4차 대회 도중엔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케빈 나는 “리브 골프는 미래에 가장 인기 있는 투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리브 골프가 많은 골퍼들을 유혹할 수 있었던 데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게 가장 컸다. 리브 골프를 운영하는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트는 사우디국부펀드(PIF)가 주도해 지난해 말 창설됐다. 자산 운용 규모만 6000억 달러(약 800조 원)에 이르는 PIF는 리브 인비테이셔널 출범 직전 “리브 골프에 2025년까지 20억 달러(2조7000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자본의 공습은 예상보다 강했다. 48명이 나서는 리브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각 대회 총 상금이 2000만 달러(278억 원), 이 중 우승 상금이 400만 달러(50억 원)였다. 4대 메이저 대회 평균 우승 상금(276만2500 달러)은 물론, PGA 투어 정규 대회 중 가장 우승 상금이 많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360만 달러)보다 더 많다.

여기에 단체전에서 우승한 팀에게도 1인당 75만 달러(10억 원) 상금을 지급한다. 3라운드 54홀 경기를 치르면서 컷 탈락이 없어 개인전 최하위도 15만 달러(2억 원)를 받는다. 샬 슈워츨(남아공)은 리브 인비테이셔널 1차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해 475만 달러(60억 원)를 한꺼번에 벌어들였다. 그는 PGA 투어에서 최근 4시즌 동안 394만7195 달러(52억 원)를 상금으로 모았는데, 이보다 많은 돈을 리브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한 대회에서 벌었다. 슈워츨은 “골프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며 기뻐했다. 리브 골프는 10월 말 예정된 시즌 최종전 팀 챔피언십에 총 상금 5000만 달러(690억 원)를 책정했다. 골프 대회 사상 가장 많은 상금 규모다.

적극 맞서는 우즈·매킬로이

리브 골프는 출범 전부터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리브 골프에 자금을 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스포츠로 인권, 정치 이슈를 덮으려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가장 크게 반발한 곳은 PGA 투어였다.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는 리브 골프 출범 전부터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지난 6월 리브 골프에 합류한 투어 회원들에게 PGA 투어 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PGA 투어는 프레지던츠컵, 라이더컵 등 골프 대항전에도 리브 골프로 간 선수들의 출전을 막았다. PGA 투어의 강경한 대응에 맞춰 세계골프랭킹위원회(OWGR)는 리브 골프 성적을 세계 랭킹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US오픈, 디 오픈 등 6월 이후 열린 메이저 대회에선 PGA 투어파와 리브 골프파 선수들 간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리브 골프를 비판하는 선봉장에 섰다. 매킬로이는 6월 RBC 캐나다오픈에서 PGA 투어 통산 21승을 달성하고 “누군가보다 1승이 더 많다. 오늘을 기억할 것”이라며 통산 20승을 기록했던 그렉 노먼 리브 골프 CEO를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여기에 리브 골프의 7억~8억 달러(1조 원) 제안을 거절한 타이거 우즈가 리브 골프를 공개 비판했다. 우즈는 지난 7월 디 오픈 챔피언십을 앞두고 “리브 골프로 간 선수들은 그들을 현재 위치에 오르도록 키워준 조직에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지난 8월 PGA 투어 주요 선수 10여 명을 불러모아 리브 골프와 관련한 현안을 긴급 논의했고, 상위 랭커들만 참가해 각 대회당 2000만 달러 상금을 놓고 겨루는 ‘투어 속 투어’를 제안했다. 이어 매킬로이와 합작해 벤처 회사를 만들어 2024년부터 가상현실에서 경기하는 기술 기반의 골프 리그를 출범할 계획을 내놨다.


리브 골프 출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필 미켈슨. [사진 Gettyimages]

향후 골프 판도 분수령

리브 골프와 PGA 투어의 세계 프로골프 주도권 다툼은 향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8개 대회로 첫 시즌을 치르는 리브 골프는 내년엔 14개 대회로 늘린다. 그러면서 시즌 상금 총액도 올해 2억5500만 달러에서 내년 4억5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리브 골프의 돈 공세에 PGA 투어도 맞섰다. PGA 투어는 2022~2023 시즌 상금 규모를 전체적으로 늘렸다. 4대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포함, 17개 대회를 특급으로 지정하고, 각 대회 총상금 규모를 2000만 달러 안팎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올해 리브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각 대회에 책정된 상금 규모와 같다.

리브 골프에 간 선수들은 각종 법적 분쟁을 통해 PGA 투어 등 기존 투어와 맞서고 있다. 리브 골프 선수들은 DP 월드 투어(유러피언투어)에는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이언 폴터(잉글랜드)가 지난 7월 DP 월드투어의 출전 정지 징계가 부당하다며 영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 결과다.

그렉 노먼 CEO는 “신규 투어에 참여하면 제명할 것이라는 PGA 투어의 방침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출전하지 못한 리브 골프파 선수들이 미국 지방 법원에 낸 출전 금지 중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미국 법무부는 PGA 투어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향후 각종 법적 공방과 조사 결과에 따라 프로골프의 판도 역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 해당 콘텐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10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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