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크릭.
한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골프장들이 너나없이 그린피를 올려서 최근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세계 각국의 가장 비싼 골프장의 그린피는 도대체 얼마나 비쌀까?
19세기 경제학자 도스타인 베블렌은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자본주의에서의 소비 활동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설파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물건이 잘 팔리는 현상'으로 여겨지는 베블렌 효과는 세계 골프장 업계 중에서도 특히 최고의 코스를 추구하는 골프장 사이에서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린피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프리미엄 퍼블릭(대중제) 섀도우크릭(Shadow Creek)이다. 2년 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을 개최했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도 개최한 이 코스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한 라운드에 최대 1천달러(142만원)까지 그린피가 올랐다.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 코스는 최근 프로대회를 개최하더니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격을 더 올린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섀도우크릭은 페블비치와 쌍벽을 이루며 그린피 600달러(86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쌌다. 미국 서부에 면한 이 두 코스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그린피 타이틀을 놓고 오랜 기간 경쟁했으나 이제는 섀도우크릭이 독주하고 있다.
카지노에 부속된 골프장 시설로 출발해 팬데믹 기간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좋은 공기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명품 코스에 대한 열망이 늘었다.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베블렌 효과처럼 그래서 더 인기다. 성수기 아닌 비수기도 750달러(107만원) 정도로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골프장을 찾아가서 돈을 낼 테니 티타임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인근 MGM리조트 숙박객만 부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지노에서 돈을 왕창 잃은 이들이나 거부들에게 부킹을 해주거나 공짜 라운드권도 준다.
이 코스는 2018년 10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18홀 경기에 900만 달러를 걸었던 ‘캐피털원 더매치(The Match)’를 시작으로 2020년 10월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이 열렸다. 지난해부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오브호프매치플레이도 열리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북쪽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하지만 코스 안으로 계곡, 언덕 지역, 폭포 등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마치 깊은 숲속이나 정원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설계비로는 백지수표를 받는다는 오늘날 최고의 코스 설계가 톰 파지오가 디자인해 1990년 개장했는데 초기에는 회원제 골프장으로 운영됐으나 2000년 MGM그룹이 인수해 2009년에 리노베이션 했다.
페블비치(Pebble Beach)골프링크스 역시 퍼블릭 골프장이다. 페블비치 호텔 숙박객에게만 부킹을 허용하는데 몇 달 전부터 티타임이 마감된다. 한 라운드에 650달러(92만원) 선이다. 1919년 개장한 태평양에 면한 이 골프장은 2000년 타이거 우즈가 역대급 성적으로 우승한 100주년 US오픈 등 10년마다 내셔널타이틀을 개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앵커 사이트다.
매년 PGA투어 AT&T페블비치프로암도 개최한다. 여러 코스가 모인 콤플렉스여서 페블비치에서는 링크스 코스뿐만 아니라 미국 100대 코스 중 51위에 선정된 이웃 코스 스파이글라스힐을 비롯해 스페니시베이, 포피힐스 등 주변의 다양한 가격대의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플로리다 잭슨빌의 폰테베드라 비치의 ‘제5의 메이저’로 알려진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매년 개최하는 TPC쏘그래스(Sawgrass) 스타디움 그린피도 한 라운드 600달러에 이른다. ‘사드백작’으로 알려진 피트 다이의 설계로 1980년에 개장한 이 코스는 17번 홀의 조그만 원형 아일랜드 그린에 공을 올리기 위해 수만 명의 골퍼가 찾는다. 티샷이나 해저드 티에서의 샷으로도 그린에 못 올리는 볼이 많아서인지 일년에 수만 개의 공을 건져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스콘신 쉬보이얀 호수를 따라 역시 피트 다이가 설계한 1024개의 벙커밭이 있는 휘슬링스트레이츠(Whistling Straits)의 스트레이츠 코스 그린피는 555달러(80만원)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팀 대항전 라이더컵을 열었고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을 두 번 개최했으며 미국 100대 코스 23위에 올라있다.
대회를 많이 치른 스트레이츠 코스에 이웃한 아일랜드 코스는 18홀 그린피가 270달러(39만원)으로 절반 이하인 점이 아이러니컬 하다. 하지만 해외 골프광들이 위스콘신까지 오는 건 세계 100대이자 메이저 개최지에서 쳐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니 그 정도의 가격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
또 다른 USGA 앵커사이트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파인허스트(Pinehurst) 2번 코스도 성수기 그린피가 500달러(72만원)를 호가한다. 미국 클래식 골프 설계의 거장인 도널드 로스가 설계해 1907년에 개장한 이 코스는 US오픈 3회, 라이더컵 1회 등 미국에서도 많은 프로 대회를 개최해온 미국 골프의 전당 같은 코스다. 하지만 2번을 제외하고 18홀 코스 8개 중에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코스도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콘텐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JTBC골프매거진> 11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