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G425(드라이버), 캘러웨이 오디세이 화이트 핫 OG(퍼터), 던롭 클리브랜드 RTX 집코어(웨지) . 브리지스톤골프 V300 8(아이언), 타이틀리스트 PRO V1(볼) 등 올해 각 분야별 가장 사랑받은 골프 용품을 모았다. [사진 조병규]
골프용품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하게 늘었다. 올해도 시장 전반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빅3’ 백화점의 골프 카테고리 매출이 지난해보다 30~5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골프용품 온·오프라인 매장 골프존마켓과 온라인 쇼핑몰 골핑을 운영하는 골프존 커머스는 지난 9~10월 가을 골프 시즌을 맞아 진행한 할인 쇼핑 이벤트 매출이 지난해 대비 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와는 다른 미묘한 변화도 감지됐다.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골프 용품들의 거래가 늘었단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19에 따른 펜데믹과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골프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나온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골프에 막 입문한 20·30세대 젊은 골퍼들의 유입이 지난해보다 줄면서 이에 따른 골프 시장 전반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주요 골프 용품 쇼핑몰 3곳에 의뢰해 한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용품 순위를 매겨 발표했다. 특정 쇼핑몰이 아닌 복수의 쇼핑몰 판매량 순위를 조사해 골퍼들 사이에서 선호도 높은 용품과 브랜드가 어느 곳인지 확인하고, 한해 용품 트렌드를 제시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올해도 은 용품별 판매량 순위를 정리해 ‘올해의 기어’를 선정했다. 골프 전문 온라인몰(AK골프), 오프라인샵(골프존마켓), 일반 온라인쇼핑몰(G마켓) 등 3곳에 의뢰해 올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용품별 판매량 순위를 매겼다. 드라이버, 페어웨이 우드, 유틸리티 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 골프볼 등 7개 분야로 나눴고, 1위는 5점, 2위는 4점, 3위는 3점, 4위는 3점, 5위는 1점 등 순위별 점수를 매겨 이를 모두 합해 최종 순위(15점 만점)를 정리했다.
스테디셀러 강세 속 실용성 주력한 용품 눈길
각 클럽마다 골퍼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뚜렷했다. 드라이버, 우드 분야에선 핑 G425, 테일러메이드 스텔스 등의 선호도가 높았다. 아이언은 브리지스톤골프의 V300 8이 3곳 모두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모았다. 퍼터에선 캘러웨이 오디세이의 모델 2개(화이트 핫 OG, DFX)가 톱3에 2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웨지와 볼은 골퍼들의 선호 높은 브랜드가 많이 갈렸다. 던롭 클리브랜드의 RTX 집코어가 가장 많이 판매한 웨지에선 캘러웨이 죠스 MD5와 테일러메이드 밀드그라인드3가 전통의 타이틀리스트 보키 웨지(SM9)를 밀어낸 게 흥미를 모았다. 골프볼에서도 타이틀리스트의 PRO V1, V1X가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브리지스톤골프의 투어B와 캘러웨이, 볼빅, 던롭 등도 만만치 않은 판매량을 거뒀다. 각 분야별 톱3 기준, 제품별 판매량 상위 순위에 가장 많이 든 브랜드는 테일러메이드가 5개, 던롭, 캘러웨이, 핑 등이 4개, 브리지스톤골프가 2개, 타이틀리스트와 푸마 코브라골프가 각각 1개를 기록했다.
톱3에 든 총 21개 제품 중 올해 출시된 제품은 8개로 전체 38.1%를 차지했다. 각 브랜드들이 내놓은 주력 모델이 2020~2021년 사이에 출시돼 꾸준하게 입소문이 탄 게 올해 골프용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0년 9월 출시한 핑 G425는 높은 관용성과 저중심 설계 등의 특징을 앞세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드라이버, 페어웨이 우드, 유틸리티 우드 등 3개 부문 1위에 올랐다. 핑 관계자는 “G425는 골퍼들의 똑바로 보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반영한 클럽이다. 최근 중고 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한참을 사용했는데도 중고판매 가격이 높은 건 그만큼 성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면서 “핑 클럽을 한번 이용한 골퍼는 큰 이탈없이 다음 신제품을 구매할 정도로 마니아 층이 더욱 두꺼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3년새 골프 인구가 꾸준하게 늘고,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골프 용품 시장에서도 실용성을 내세운 모델이 함께 주목받는 현상이 일어났다. 종합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선 고반발, 초보자용 등 실용성에 주력한 골프 용품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G마켓 관계자는 “골프를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진입장벽도 낮아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골프용품 수요도 몇 년새 크게 늘어났는데, 아마추어 골퍼나 입문자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상품이 많이 팔렸다”고 분석했다.
스텔스·V300 8 등 인기… 전문성 선호 강화 트렌드도
이른바 ‘스테디셀러’ 모델들의 강세 속에서 특징적인 기술과 차별화된 마케팅을 앞세워 주목받은 신제품들도 있었다. 지난 1월 출시돼 카본 소재 페이스를 주력으로 내세운 테일러메이드의 스텔스는 드라이버, 우드 모두 많은 인기를 모았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는 “티타늄 페이스가 아닌 카본 페이스라는 특징을 앞세워 제품 출시 전부터 시장에서의 높은 주목도를 얻었다. 이후 골프장, 용품 매장 등 골프와 관련한 다양한 환경에서 골퍼들이 한번이라도 찾아보고 관심을 갖게 만든 게 많은 판매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역시 올해 1월 출시된 던롭 젝시오12는 공기역학 기술의 액티브윙, 4중 스프링구조 등 신기술로 연습량 적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쉽고 편하게 샷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 골고루 주목받았다.
올해 초 선보인 브리지스톤골프의 V300 8은 관용성과 두터운 타구감 등 2가지를 내세운 마케팅과 고진영, 박현경 등 주요 골퍼들이 사용하는 클럽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브리지스톤골프 관계자는 “V300 시리즈는 브리지스톤골프 단조만의 타감으로 오랜 기간 골퍼들에게 스테디셀러로 인정받았다. 마케팅적으로도 복잡한 기술 설명보다는 골퍼들이 단조 아이언에 기대하는 타감과 관용성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뚜렷한 트렌드를 내세운 골프 용품들이 주목받았다. [사진 조병규]
용품의 전문성도 함께 강조되는 분위기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는 “트레이닝 시설의 성장 및 고도화로 데이터가 중심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만큼 디자인, 브랜드뿐 아니라 퍼포먼스의 가치도 중요해졌다”면서 “다양한 샤프트 옵션, 특히 더 단단한 샤프트를 찾는 젊은 골퍼로 인한 수요가 증가돼 커스텀 클럽 비즈니스가 한층 성장했다”고 말했다. 핑 관계자도 “MZ세대 골프 인구가 줄다고 있지만, 오히려 진짜 골프를 즐기는 기존 골퍼들은 더 탄탄해졌다고 본다. 이들은 많은 정보 속에서 누군가 추천해주는 것보다 본인의 스윙에 맞는 클럽을 찾아가는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 김지한
사진 조병규
도움 AK골프 골프존마켓 G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