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WM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의 샷 장면.
총 상금 2000만 달러(약 251억원). 골프 세계 랭킹 톱10 중 8명 출전.
이 정도면 메이저 대회급이다. 상금도 많고, 수준 높은 골퍼들이 대거 도전하는 무대, 이 대회는 9일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이다. 이 대회엔 세계 랭킹 톱50에 든 한국의 톱4, 김주형,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도 모두 출전한다.
WM 피닉스 오픈은 골프계의 대표 '골프해방구' 대회로 불린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엔 일반 축구장에서와 같은 열광적인 응원, 음주도 허용된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10만명 넘는 갤러리들이 몰리는 만큼 골프 팬이라면 누구든 관전하고 싶은 대회로 꼽힌다.
PGA 투어는 올해 이 대회 판을 확 키웠다. 지난해 총 상금이 820만 달러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000만 달러까지 늘렸다. 메이저 대회를 제외한 대회 중에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3월 개최·2500만 달러)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PGA 투어는 지난해 10월 이 대회와 함께 RBC 헤리티지, 웰스 파고 챔피언십, 트레블러스 챔피언십 등 기존 4개 일반 대회를 특급 대회로 격상시켰다. 특급 대회는 4대 메이저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개 플레이오프 대회, 3개 인비테이셔널(제네시스·아널드 파머·메모리얼 토너먼트) 등 총 17개 대회로 설정했다. 이 대회 중 새해 첫 대회였던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1500만 달러)를 제외하면 모두 각 대회당 총 상금 규모가 2000만 달러를 넘는다.
지난해 WM 피닉스 오픈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샘 라이더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 Gettyimages]
이렇게 판을 키운 건 최근 세계 골프계 최대 이슈인 LIV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출범 영향이 컸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가 선보이면서 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골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PGA 투어는 돈 공세로 맞불을 놨다. 특급 대회 운영과 함께 선수들에게 주는 보너스 규모도 늘렸다. 기존엔 페덱스컵 랭킹 톱10에게 5000만 달러를 나눠줬지만, 올 시즌엔 20명을 추려 1억 달러 보너스를 나눠주기로 했다.
대신 이 선수들이 지켜야 할 것도 있다. 특급 대회는 대부분 출전해야 한다. 지난 시즌 PGA 투어 선수 영향력 지표 20위 안에 든 선수들은 특급 대회로 분류한 17개 대회 가운데 1개 대회만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일반 대회까지 더해 연 20개 대회에 나서야 한다. 이번 시즌 PGA 투어는 총 47개 대회로 계획돼 있다. 시즌 일정 중 절반 가까운 수준만 나서고, 실력 발휘를 하는 등 PGA 투어 특급 멤버로서 할 일을 다 하면 얼마든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금전을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을 PGA 투어가 부여하는 셈이다.
WM 피닉스 오픈은 많은 갤러리들이 찾는 대회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사진 Gettyimages]
'쩐의 전쟁'에 돈 공세로 맞불을 놓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이같은 변화는 WM 피닉스 오픈에 당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 랭킹 상위 25명 중 22명이나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는 지난해 10월 더CJ컵 이후 4개월여 만에 PGA 투어 대회에 나선다.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 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세계 3위 욘 람(스페인)도 도전한다. 지난해 9월 프레지던츠컵 이후 PGA 투어의 떠오르는 스타가 된 김주형도 WM 피닉스 오픈에서 첫 선을 보인다. 요즘 잘하는 골퍼들 대부분을 WM 피닉스 오픈에서 모두 접할 수 있단 의미다.
투어가 판을 키워가는 것은 프로스포츠에서 필수적이다. WM 피닉스 오픈은 PGA 투어가 특급 대회 제도를 운영하고서 사실상 처음 특급 대회다운 면모를 보일 기회다. '골프해방구'가 이번을 계기로 특급 골프 축제처럼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대회는 JTBC골프와 JTBC골프&스포츠에서 전 라운드 생중계할 예정이다.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