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PGA투어는 1월에 시즌을 시작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10년간 이어오던 9월 시즌 시작 시스템을 포기하고 내년부터 1월에 시즌을 시작해 8월에 종료한다.
1월초에 하와이에서 전년도 대회 챔피언들만 나오는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TOC)를 개막전으로 하고 8월말에 플레이오프 투어챔피언십으로 시즌을 마치는 이전의 8개월 운영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PGA투어는 8월말 플레이오프까지 마치면 9월 중순부터 포티넷챔피언십으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해 47여개 남짓 대회를 지속했다. 그러면서 상금은 시나브르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리브(LIV)골프가 생기면서 치열한 상금 경쟁이 벌어진 결과 ‘선택과 집중’ 방식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리브골프는 지난해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등 스타급 선수들을 데려가 48명이 컷오프 없이 개인전과 팀대항전을 섞은 8개 대회를 치렀다. 한 대회당 2500만 달러의 상금을 쏟아부었다. 최종전은 단체전만 3천만 달러로 모두 합쳐서 2억5500만 달러 규모였다.
시즌 개막전 센트리TOC가 개최되는 하와이 카팔루아
리브는 올해는 대회 숫자를 늘려 14개로 만들었고, 아시안투어를 2부리그처럼 포섭해 인터내셔널 시리즈 11개를 합쳐 총 25개 대회를 연다. 이에 따라 총상금은 4억500만(5279억원)달러로 늘었다. 2월말부터 11월초까지 이어지는 시즌에 대회 별 총상금 25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PGA투어는 올해 상금을 대폭 인상한 17개의 특급 대회를 만들면서 선택과 집중을 시도했다.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등은 상금이 2천만 달러이고 더플레이어스는 2500만 달러에 달한다. 7500만 달러를 보너스로 주는 투어챔피언십을 포함하면 총 상금 6억1770만 달러(7892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내년부터는 시즌 일정 변경과 함께 리브골프로 유출되는 스타급 선수들을 막기 위한 8개의 지정(Designated)대회를 열기로 했다. 소수 정예 70~80명이 출전하는 방식에 컷오프 없이 진행되며 상금은 2천만 달러로 높다. 기존 특급대회 중에서 출전 인원을 줄여 지정 대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즌을 마친 9월 이후에는 중소 규모 대회인 가을 시리즈가 열리면서 다음 시즌 출전권인 125위 안에 들기 위한 선수들의 포인트 경쟁이 이어진다. PGA투어로서는 가을 시리즈에는 중급 대회와 함께 유럽의 DP월드투어를 2부 리그처럼 운영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리브 골프의 성장을 막기 위한 제한 필드 대회를 PGA투어도 내년에 개최한다.
연말에 시즌을 마치면 DP월드 상금랭킹 상위 10명에게 PGA투어 출전권을 부여하는 조치도 그래서 나오게 됐다. 일본남자골프투어(JGTO)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상금 상위자 한 명에게 유럽 투어 출전권을 준다. 일본, 한국을 유럽 투어와 연계시켜서 아시아를 2부 투어로 엮으려는 리브골프에 대항하는 것이다.
로리 매킬로이 등 투어 상위 랭커는 “이미 더CJ컵, 조조챔피언십에서는 78명이 컷 없이 경기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를 반겼다. 욘 람은 가을에는 PGA투어 대신 DP월드투어에서 활동했던 만큼 자신들에게 혜택이 더 많아지는 환경이라서 환영했다. 하지만 중급 선수들은 불만 섞인 의견도 있다.
조엘 다먼과 같은 중급 랭킹 선수들은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같은 A급 선수들이 있는 PGA투어와 우리 같은 선수들이 있는 PGB투어로 나뉘는 거다”라는 투정을 내놓기 시작했다. 세계 랭킹이 떨어지는 제임스 한은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PGA투어의 새로운 계획은 일부 인기있는 선수들에게 돈을 몰아주는 반면, 나머지 선수들은 먼지와 같은 환경 속에 남겨둘 것”이라며 반대했다.
페블비치 프로암이 내년 지정대회로 열리기로 했다
내년에 스케줄이 바뀐다고 알려지자 각 대회들이 제한된 인원의 지정대회에 들어가는 일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월초 열리던 AT&T페블비치프로암은 내년부터 컷오프 없이 70~80명만 출전하는 소수 프리미엄인 지정대회로 바뀔 전망이다.
1937년에 시작된 이 대회는 골프 애호가였던 가수 겸 배우 빙 크로스비가 명사들을 초청하던 대회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에 걸쳐 명성을 쌓았으나 올해 흥행은 실패했다. 우선 대회의 얼굴마담 격이던 필 미켈슨이 리브골프로 이적한 데다가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 9명이 불참했고, 20위 이내 선수는 단 3명만 출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대회 다음주에 이어지는 WM피닉스오픈과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이 모두 상금 2천만 달러의 특급대회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AT&T는 5월 둘째주에 열리던 바이런넬슨 대회 후원을 포기하고 2월의 대회에만 후원을 단일화하기로 한 것이다.
내년에 지정대회로 치러지면 대회가 유지해온 프로암 형식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원래 3개 코스에서 프로, 아마추어 156명씩 한 조로 순회하며 경기하고 마지막날만 상위 성적의 프로들끼리 경기하고 아마추어는 30명 정도 참여했으나 내년에는 아마추어와 한 조로 경기하는 건 2라운드에서 그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