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주(왼쪽)와 박희영이 JTBC골프 <클럽하우스>에서 엄마 골퍼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사진 JTBC골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통산 28승을 거둔 안선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한 박희영. 1987년생 동갑인 둘은 각자 활동한 해외 무대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골퍼들이다. 아마추어 시절 프로 대회에서 함께 우승 경쟁을 하던 둘은 서른이 넘어서도 우승을 꿈꾸는 골퍼로 투어에서 꾸준하게 활동해왔다.
그랬던 이들이 어느새 엄마가 됐다. 안선주는 23개월 된 쌍둥이 엄마다. 박희영은 지난 1월 아들을 출산한 새내기 엄마다. 엄마가 된 둘이 최근 JTBC골프 프로그램 <클럽하우스> 녹화 촬영장에서 만났다. 20년 가량 골프 코스에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둘의 대화 주제도 거의 대부분 육아와 관련한 것이었다.
촬영 당시 엄마가 된 지 50일 정도 된 박희영을 향해 안선주는 걱정부터 했다. 안선주는 “출산 후 50일 때 정말 힘들었다. 잠을 아마 많이 못 잘텐데, 자주 일어나서 먹이고 해야 될 것이다. 자라고 할 땐 다독여줘야 하고, 종알종알거리는 것도 들어줘야 하고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희영이 “가끔 기억력이 줄어들 때가 있다. 먹고 잔 다음에 금방 일어나서 또 달라고 보챌 때 ‘내가 언제 줬는데?’ 하고 그럴 때가 있다”고 하자 안선주는 “그럴 때 난 알람을 항상 맞춰 놨다. 아이들 먹는 양에 따라서 몇 시간 간격으로 먹이고, 시간 되면 기저귀 갈고, 트림 시키면서 재우고 그렇게 했다”고 했다. 박희영은 “좋은 꿀팁”이라며 활짝 웃었다.
둘 다 골프보다 육아가 더 힘들다는 얘기도 꺼냈다. 안선주는 “(육아가) 힘든 줄 알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아직 젊은데 ‘무슨 뼈가 시릴까’ 했는데 실제로 정말 뼈마디가 아프더라”고 말했다. 박희영은 “아무도 이게(출산 및 육아가) 힘들다고 얘기를 안 해줬다. 몸도 달라졌다. 골프 하면서 10km도 걱정 없이 걸었는데 출산 후에 오르막이나 계단을 조금 오르면 숨이 찼다. 이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는구나 하는 걸 계단 오를 때 느꼈다”고 말했다.
2020년 LPGA 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우승했을 당시 박희영. 그는 LPGA 투어 한국 선수 첫 '엄마 골퍼' 우승을 꿈꾼다. [사진 Gettyimages]
그래도 세상에 나온 아이는 큰 축복과 같았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한 안선주는 “육아 스트레스가 있을 땐 집에 있으면서 힘들고 그러면서도 바깥에 떨어져 3~4일 정도 지나면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이런 게 반복되더라”면서 “아이들은 매달 커가면서 예쁜 모습들이 다 달라진다. 아이들하고 떨어지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아이가 커가는 시기에 옆에서 엄마로서 꼭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서 ‘그 다음에 봐줄게’ 라고 하는 건 아이에게 미안한 것도 있고,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부분에 대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엄마 골퍼’로서 투어에서 도전을 이어갈 생각이다. ‘엄마 골퍼’도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선 엄마 골퍼가 우승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 선수 중에선 아직 엄마 골퍼 우승이 없다. KLPGA 투어 상황은 더 녹록치 않다. 과거 안시현이 2016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엄마 골퍼' 우승 스토리를 썼지만, 현재 K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엄마 골퍼는 안선주와 박주영 둘 뿐이다. (참고로 박주영은 박희영의 동생이다.)
2018년 JLPGA 투어 노부타 그룹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당시 안선주. 그는 "결혼하고서 우승해봤는데 엄마가 되고서도 우승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 Gettyimages]
안선주는 “결혼 하고서 우승을 경험했는데, 아이를 낳고선 우승을 못 해봤다. 올 한 해 한국에서 대회에 나서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게 큰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LPGA 투어 출산 휴가 규정을 적용받는 박희영은 “복귀하게 되면 미국에서 투어를 좀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특히 3년 전에 투어 통산 3승을 거뒀을 때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 기록이 작년에 은희 언니(지은희)에 의해 깨졌다. 이 기록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의 눈앞엔 육아 전쟁을 이겨야 하는 현실적인 목표가 있다. 안선주는 “이제 어린이집을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했던 박희영은 SNS에 “집에 가기 싫은 건 왜일까”라고 적었다. 두 ‘엄마 골퍼’의 ‘장외 도전’은 오늘도 이어진다.
* 박희영과 안선주가 전하는 ‘엄마 골퍼’ 이야기는 4월 3일(월) 오후 9시 JTBC골프 프로그램 <클럽하우스>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