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선수들과의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나한 커미셔너 [사진=PGA투어]
리브골프와의 깜짝 합병을 발표한 제이 모나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커미셔너가 투어 선수들로부터의 반발에 이어 사임 요구까지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다이제스트는 7일(한국시간)인터넷판에서 RBC캐나다오픈 장소인 캐나다 온타리오의 오크데일 골프&컨트리클럽에 모나한과 선수들과의 회의 중에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자 기립 박수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시간이 조금 넘는 회의에서 PGA투어-DP월드투어-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가 공동 영리단체를 만든다는 뉴스에 대한 선수들의 다양한 반응을 전했다. 특히 그동안 선수들의 의견을 가장 우선시해왔고 리브골프를 공격했던 모나한이었기 때문에 선수들 몰래 극비리에 합병을 선언한 데 대한 실망감이 불신의 큰 이유로 꼽힌다.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당시 회의 내용을 청취한 베테랑 존슨 와그너는 ‘선수들이 대체로 합병 소식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모나한과 투어 집행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모나한은 당시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투명하게 알렸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와그너는 ‘선수들이 이번 합병에 9대 1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모나한과의 회의에 참석했던 80여명 선수 중 16명으로 구성된 투어선수협(PAC) 위원인 라이언 아머는 "모나한이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코로나19 기간에도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나 오늘은 실망이 크다”면서 “선수들은 그에게 배신당했고 무시당했다고 느꼈다”면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제프 오길비(호주)는 “일부 선수들이 모나한을 위선자라고 불렀고 양측 모두에게 힘든 만남이었다”면서 “향후는 모르지만 PGA투어에 남은 충성스러운 선수들이 보상을 받아야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머는 “위선자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모나한은 지난 1년 동안 했던 말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덧붙였다.
모나한은 화요일 오전 CNBC방송에 알 루마얀 PIF대표와 공동 인터뷰를 했다. [사진=CNBC방송 캡처]
모나한이 리브골프와의 합병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리더십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선수들에게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왔다. 한 고참 선수는 “스포츠와 마케팅을 더 잘 이해하고, 모든 사람들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PGA투어를 옹호했던 선수들은 일제히 당혹감을 드러냈다. 콜린 모리카와는 소셜미디어에서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적었고 안병훈은 ‘PGA투어를 지켰던 선수들은 패배자가 됐다’, 웨슬리 브라이언은 “배신감이 들고 PGA투어 집행부를 못 믿겠다’는 의견을 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PGA투어와 리브골프의 깜짝 합병 발표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필이면 이날은 ‘이스라엘,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한 날이다.
정치적인 해석 이전에 투어 선수들은 겉으로는 선수들을 위한다는 협회의 최고 리더가 선수들의 안위와 존립에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선수들을 배제한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