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한 동해 오픈에서 우승하며 대상 포인트 1위에 오른 고군택(왼쪽)과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 상금 5억 원을 챙기며 상금 랭킹 부문 1위에 오른 한승수(오른쪽)_사진 KPGA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공식적으로 메이저 대회가 없다. ‘공식적으로 없다’는 말은 결국 ‘비공식적인 메이저급 대회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메이저 대회를 따로 두지 않기 때문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처럼 메이저 대회만을 위한 특별 포인트(대상 또는 신인상 포인트 부문)가 지급되지는 않는다.
다만 대회의 권위와 규모 그리고 역사에 따라 1티어부터 3티어로 그레이드를 나눠 포인트를 차등 지급한다.
제네시스 포인트(KPGA 대상 포인트) 1티어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KPGA 선수권대회, 코오롱 한국오픈 그리고 KPGA 코리안투어 네이밍 스폰서 주최 대회의 경우 기존 포인트 기준 130%로 산정해 분배된다. 우승자는 기존 1000포인트가 아닌 1300포인트를 받게 된다.
제네시스 포인트 2티어는 20년 이상 개최하고 동시에 총상금 12억 원 이상을 내건 대회가 여기에 속한다. GS칼텍스 매경오픈(42회, 13억 원)과 SK 텔레콤 오픈(26회, 13억 원) 그리고 신한 동해 오픈(39회, 14억 원)이 해당 대회다. 이 대회는 기존 포인트 기준 120%로 산정해 지급된다. 따라서 우승자에게는 1200포인트가 주어진다.
제네시스 포인트 3티어는 1티어와 2티어에 해당하지 않는 대회로 우승자에게 1000포인트가 배분된다.
신한 동해 오픈 우승자 고군택
9월 28일 기준 제네시스 포인트(대상 포인트) 1위에 오른 고군택(4207.15포인트)을 보면 1~2티어에 들어간 대회 성적이 왜 중요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고군택은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과 7월에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이 2개 대회는 3티어 대회였다.
9월에 열린 2티어 대회 신한 동해 오픈에서 우승한 고군택은 1200포인트를 챙기며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뛰어올랐다. 개막전에서 우승하며 이 부문 1위로 나섰다가 오랜만에 1위로 복귀한 순간이었다. 또 이 대회 우승으로 고군택은 박상현에 이어 5년 만에 한 시즌 3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신한 동해 오픈 관람을 위해 모인 갤러리
신한 동해 오픈은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그리고 아시안투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회다. 고군택은 우승 특전으로 코리안투어 5년 시드에 더해 JGTO와 아시안투어 2년 시드를 확보하며 해외 무대로 나설 채비까지 마쳤다.
고군택은 “일본이나 아시안투어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면서 “이번 시즌을 마치고 입대하려 했는데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네시스 상금 순위 부문에서는 코오롱 한국오픈을 우승한 한승수(미국)가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한국오픈은 총상금은 14억 원으로 15억 원이 걸린 우리금융 챔피언십이나 KPGA 선수권대회, 제네시스 챔피언십보다 총상금 규모는 작지만 우승 상금이 5억 원으로 국내 최다 금액이다. 15억 원이 걸린 3개 대회의 우승 상금은 모두 3억 원이다.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한승수와 가족
1958년 처음으로 대회를 개최한 한국오픈은 2014년 두 차례 예선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총상금을 12억 원으로 올렸다. 2021년에 총상금 13억 원(우승 상금 4억 원)으로 증액하고 지난해 총상금 13억 5000만 원(우승 상금 4억 5000만 원)으로 올린 데 이어 올해 총상금이 14억 원(우승 상금 5억 원)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우승 상금만 2억 원이 올랐다.
코오롱 한국오픈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특전이 걸려 있다. 우선 세계적인 메이저 대회 디오픈의 출전 티켓 2장이 우승한 선수와 2위 선수에게 제공된다. 또 우승자에게 코리안투어 5년 시드를 보장해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메이저 대회 중 어렵기로 소문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20년째 열리는 한국오픈은 진정한 챔피언이 누구인지 가리는 무시무시한 전장(戰場)이다. 발목까지 잠기는 질긴 러프와 좁은 페어웨이는 선수들에게 지옥문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어려운 코스를 정복해야 최대의 상금과 최고의 특전을 모두 받게 된다.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한승수
올해 한승수는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로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했다. 4라운드 내내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승수는 코오롱 한국오픈 이후 군산CC 오픈과 iM뱅크 오픈에서 각각 공동 4위와 공동 5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으로 상금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투어 대상과 상금왕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루트가 생겼고 선수들은 앞으로도 신한 동해 오픈과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메이저가 아니면 어떠한가. 그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대회라면 명칭이야 뭔들 어떠하겠는가. 그 대회 자체만으로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