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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해방구 홀에서 12번째 홀인원 나올까?

남화영 기자2024.02.08 오후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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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 후 환호하는 우즈 [사진=PGA투어]

‘콜롯세움’이라는 별칭이 붙은 골프해방구에서 올해는 12번째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갤러리가 몰리는 인기 많은 대회인 WM피닉스오픈(총상금 880만 달러)에서 올해 파3 16번 홀에서 홀인원이 나올지 기대된다.

9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애리조나주 TPC스콧데일 스타디움 코스(파71 7261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올해는 특급대회에서 일반대회로 내려왔고, 총상금도 2천만 달러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으나 주말까지 마감이 일찍부터 완료됐다. 이 대회만이 지켜온 전통과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볼거리는 콜롯세움 홀에서만 볼 수 있는 선수들의 아이언 샷 향연이다. 선수들은 모자와, 기념품 등을 잔뜩 가져와 티샷한 뒤에 갤러리에게 상품을 던져주기도 한다. 관심 받고 싶은 선수는 그린에서 상의를 벗는 깜짝 쇼도 연출한다.

타이거 우즈 1997년 [사진=PGA투어]

PGA투어는 홈페이지에 역대 이 홀을 열광하게 했던 5가지 상황들을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1987년 WM피닉스오픈이 현재 코스로 이전한 뒤로 11명의 투어 선수들가 홀인원을 했다. 그중에 가장 먼저 꼽히는 홀인원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1997년 홀인원이다. 지금처럼 홀 전체를 둘러싼 3층 규모 대형 관중석도 만들어지기 전의 일이다.

당시 우즈는 21살의 나이에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5개월 전에 프로 데뷔했으나 이미 3승을 올린 상황이었다. 직전 출전한 대회에서는 하와이에서 열린 더샌트리에서 톰 리먼을 제치고 우승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우즈는 2라운드까지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토요일 이 홀에서의 홀인원이 우즈를 황제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사람들은 우승자 크리스 존슨은 기억하지 못해도 우즈의 홀인원은 잘 기억했다. 동반 선수인 오마르 우레스티가 먼저 티샷을 해 홀 1미터 지점에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나중에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우즈의 공이 처음 떨어졌을 때는 속으로 나보다 얼마나 더 붙나 보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우즈는 캐디 마이크 코완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그의 손을 부러뜨린 것처럼 세게 쳤다’고 흥분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그리고 갤러리를 향해 더 환호하라고 부추겼다. 이 대회에서 우즈는 9언더파 공동 18위로 마쳤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팬들은 당시 우즈와 나눴던 강한 교감을 지금도 화제로 삼는다.

2015년 몰리나리의 홀인원 [사진=PGA투어]

두 번째는 자로드 라일이라는 무명의 선수가 2011년 대회 2라운드에서 작성한 홀인원이다. 10대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았던 그는 홀인원을 한 이듬해 병이 재발했고, 2018년에 생일을 불과 2주 앞두고 36세로 사망했다. 그러자 이듬해인 2019년 WM피닉스오픈 조직위는 16번 티박스에 명예패와 함께 그의 추모비를 만들어주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의 2015년 3라운드 홀인원도 역대급이다. 133야드로 세팅된 이 홀에서 몰리나리는 홀 오른쪽을 향해 피칭웨지를 쳤다. 공이 홀인하자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었고 동반 선수 해리스 잉글리시와 브라이언 데이비스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거의 10분 이상 경기가 멈췄을 정도로 갤러리의 환호와 호응이 컸다. 몰리나리는 행운의 공을 갤러리석을 향해 던졌으나 받은 팬이 그걸 다시 선수에게 되돌려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8언더파 64타를 친 몰리나리는 공동 2위로 올라섰지만, 일요일엔 이븐파에 그쳐 공동 22위로 대회를 마쳤다.

2022년 샘 라이더 홀인원 [사진=PGA투어]

2016년에는 로봇 엘드릭(LDRIC)이 대회 전 연습라운드에서 친 공이 홀인원하면서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샌디에이고에서 로봇을 공수해온 골프연구소 담당자가 거리값을 세팅하고 5번의 샷을 시도했다. 7번 아이언을 휘둘렀는데 약한 페이드가 걸리면서 홀인했다.

지난 2022년 대회 3라운드에서는 샘 라이더(미국)가 주인공이었다. 15번 홀에서 그는 타수를 잃었고 동반 선수인 크리스 커크는 전 홀에서 이글을 잡은 상황이었다. 124미터 거리에서 라이더는 54도 웨지를 가볍게 휘둘렀다. 공은 핀에서 4피트 지점에 떨어진 뒤에 왼쪽으로 회전해 컵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몰리나리 이래 7년 만의 성과였다.

이 홀에 있던 2만 여명의 갤러리들이 환호했다. 맥주캔과 플라스틱 물병이 사방에 튀었다. 그린에 던져진 맥주캔 등을 치우는 데만 15분 정도가 걸렸다. 라이더는 라운드를 마친 뒤 “이제야 아드레날린이 떨어져나갔다”면서 “놀라운 경험이었고 세계 1위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음날 카를로스 오르티스(멕시코)가 다시 홀인원하는 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는 안병훈을 비롯한 한국 선수 6명이 이 대회에 출전해 16번 홀의 에이스에 도전한다. JTBC골프와 JTBC골프&스포츠에서 9일 새벽 6시부터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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