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택.
지난 5월 초 국내 메이저 시리즈 첫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골프 시뮬레이터 투어 최다승(13승) 기록까지 갈아치운 김홍택. '육각형 인간'이라는 신조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게 만드는 골퍼다. '육각형 인간'은 모든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의미의 올해 트렌드 키워드인데 김홍택이 바로 이 키워드의 살아있는 예시다.
김홍택은 말 그대로 '육각형 능력치'를 자랑한다. 먼저 키 1m 73㎝, 몸무게 75㎏의 크지 않은 체격임에도 300야드를 넘는 장타를 때려내고 최근 3년간 그린 적중률 1위에 자리할 정도로 아이언 샷 정확도도 높다. 여기에 GS칼텍스 매경오픈 연장전에서 보여준 강인한 멘털과 필드와 스크린을 오가는 강철 체력, 마지막으로 훈훈한 외모까지. 국내 남자 투어의 대세로 떠오른 '육각형 골퍼' 김홍택을 만나 올 시즌 활약상과 향후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지난 5월 초 메이저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7년 만에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축하한다.
A: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승이었다. 메이저 대회에서 달성해 더 뜻깊다.
Q: 우승 당시 아버지가 눈물을 글썽이셨다. 중계 화면에도 잡혔는데?
A: 현장에서 아버지의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 살짝 울컥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빨리 보내드렸는데, 집에 가는 길에 참았던 감정이 터져서 또 한 번 울컥했다.
Q: 태국 선수와 우승 경쟁을 했다. 어떤 점이 달랐나?
A: 솔직히 마지막 날 경기 중반까지 우승 경쟁권 밖에 있었다. 당시엔 우승 경쟁보다는 톱10이 목표였다. 그런데 17번 홀에서 버디를 넣고 보니 갑자기 우승 경쟁을 하게 된 거다. 마지막 홀에서 최대한 파만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결국 연장전에 가서 우승을 했다.
Q: 2005년 최상호 이후 20년 연속 한국 선수 우승 명맥을 이었다. 알고 있었나?
A: 대회 끝나고 나서 알았다. 우승 못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하하하
Q: 우승 경쟁 당시 응원 글이 많이 올라왔다. 인기 많은 걸 알고 있나?
A: 스크린 대회를 자주 나가다 보니 팬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감사드린다. 하하하
Q: '환한 미소가 멋있다', '밝은 표정이 보기 좋다' 등 표정에 관한 댓글이 유독 많던데?
A: 팬들 90퍼센트가 건장한 남성분들이다. 여성 팬들이 댓글을 남기진 않았을 텐데. 저의 미소를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하하하
Q: 평소에 크게 화가 없는 편인가?
A: 아니다. 다 몰래 화내는 거다. 하하하. 대회가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인상을 써봤자 좋은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공이 좀 안 맞더라도 최대한 웃으면서 치려고 노력한 게 팬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Q: 국내 남자 골프 투어에서 27년 만에 국산 볼로 우승했고, 볼빅 공으로는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은데?
A: GS칼텍스 매경오픈 전까지는 남자 프로 중에 국산 볼로 우승한 사례가 없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볼빅 공을 쓰는 동안에 꼭 먼저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메이저 시리즈 첫 대회에서 기록을 세우게 돼 더 의미가 크다.
Q: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으로 아시안 투어 2년 시드도 받았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A: 7월부터 아시안 투어에서 뛸 수 있다고 들었다. 마침 한국 대회가 없을 때다. 7월부터 아시안 투어에서 활동할 생각이고, 이후 국내와 아시안 투어를 병행할 예정이다.
Q: 아시안 투어에서 국산 공으로 우승하면 더 의미 있을 것 같은데?
A: 이번 우승 기념으로 볼빅에서 30퍼센트? 50퍼센트? 할인 이벤트 행사를 했다. 아시안 투어에서도 우승하게 되면 더 파격적인 할인이 들어가지 않을까. 하하하
Q: 스크린과 필드를 모두 제패한 만큼 사용하고 있는 장비가 궁금하다.
A: 클럽은 모두 캘러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버는 AI 스모크다. 너무 좋다.
Q: 아이언은? '그린 적중률 3년 연속 1위'에 올라 더 궁금하다.
A: 아이언은 캘러웨이 A6NB다. 헤드가 크게 나와서 사용하기 편하다. 제일 좋아하는 건 유틸리티 우드다. 유틸리티와 (페어웨이) 우드 사이 클럽인데 거리가 잘 나가서 좋다. 한번 써보길 추천한다.
Q: 오랫동안 '스크린 황제'로 불렸다. 이제 '메이저 킹'이 됐는데 필드에서 불리고 싶은 수식어가 따로 있나?
A: 처음엔 '황제'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까 즐기게 된 것 같다. 팬들이 어떻게 불러주시든 다 좋다. 그렇지만 필드에서 '황제'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
Q: '미소 천사 골퍼'는 어떤가?
A: 천사로 불리기에는… 좀 아닌 것 같다. 하하하.
Q: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한 마디.
A: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을 때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믿고 기다려준 보답을 이번에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기세를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진_GS칼텍스 매경오픈 대회 조직위, JTBC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