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히라타 겐세이 [사진=신한금융그룹]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는 올해로 제 40회 대회를 마친 신한동해오픈의 슬로건이다.
45년전 일본 오사카 지방 재일 교포들이 돈을 모아 1980년 일본 나라의 코마 컨트리클럽(CC)을 개장했다. 당시 일본인들이 재력 있는 한인들을 골프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코마CC는 교포들의 사랑방이었다. 코마CC 회원 커뮤니티인 싱글골프회(KGS)가 전원일치로 고국에 대회를 열기로 하고 이듬해 9월에 열린 게 동해오픈이었다.
매년 대회장을 찾아 우승 시상하던 이희건 신한금융그룹 초대 회장은 지금은 코마CC 옆 한국식 봉분에서 영면하고 있다. 대회 9회째인 1989년부터는 신한은행이 후원사가 되면서 신한동해오픈으로 거듭났다. 매년 대회 기간 고국을 찾던 교포나 그들의 2세들은 올해도 양복을 맞춰입고 대회장을 찾았다.
올해도 대회장을 찾은 일본 교포들 [사진=신한금융그룹]
이 대회는 처음부터 한국의 골프 발전과 뛰어난 한국 선수 육성, 한일 교류를 목적으로 했다. 초창기인 80년대만 해도 일본에서 차원 높은 선수들이 와서 우승했다. 4회(1984년) 세이지 에비하라, 9회(1989년) 요이치 야마모토가 그랬다. 하지만 90년대부터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더 높아졌다.
일본 코마CC에서 대회가 열렸던 2022년의 제 38회 대회에서는 히가 가즈키가 우승했다. 대회 규모의 국제화를 지향했던 만큼 2016년부터는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하더니, 2019년부터 일본골프투어(JGTO)까지 합류해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3개 투어 공동으로 열리고 있다. 그래서 올해까지 총 12명의 외국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 우승자는 2000년생으로 오사카 스이타에서 나고 자란 히라타 겐세이(일본)다. 티칭 프로인 삼촌에게 골프를 배웠다고 한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그는 “공식적으로 처음 말씀드리는데 저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태어나셨다”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공개했다. 확인 결과 그의 외조부모가 한국인으로 모친이 재일교포 2세였다.
이희건재단에서 한일 우정상을 받은 송영한과 이시카와 료 [사진=신한금융그룹]
이 대회는 우승하면 KPGA 코리안투어 5년 출전권에 JGTO와 아시안투어 2년 출전권을 부여한다. 히라타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무대로 나가는 기회를 얻었다”면서 “가능한 해외를 많이 나가겠으나 신한동해오픈만큼은 매년 꼭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좋아하는 삼겹살과 밥을 내년 이 대회 ‘챔피언스 런치’ 메뉴로 올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JGTO 루키로 미즈노오픈과 메이저까지 2승을 올린 히라타는 올 시즌은 2주전 후지산케이클래식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벌써 JGTO투어 3승을 올렸다. 우승 상금 2억5200만원을 더해 일본 투어 상금 1위로 올라섰다. 2년전 히가 가즈키가 이 대회를 우승하면서 투어 다승왕에 오른 경로를 따르고 있다.
한일 아시아 3개 투어의 상위권 선수들이 출전하는 방식으로 공동 주관한 결과 올해 우승자 히라타의 우승 포인트는 세계골프랭킹(OWGR)에서도 아시아 최고 점수인 9.05점을 받아서 세계 랭킹이 50위 이상 급등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 투어의 어느 메이저 대회들보다도 높은 배점이었다.
신한동해오픈은 IMF 외환위기와 신한금융그룹의 재편 과정에서 개최되지 못한 적도 있었으나 올해 40주년을 무사히 치렀다. 국내 골프 대회 중에 하나의 후원사가 후원해온 역사로는 가장 오랜 대회의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 JGTO선수들에게도 일반 대회보다 상금도 높고 조건도 좋은 만큼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신한동해아마추어선수권 [사진=신한금융그룹]
40주년을 맞아 신한금융그룹은 제1회 신한동해아마추어선수권을 개최하면서 아마추어를 후원하기로 했다. 이 대회는 그린피, 카트비를 신한금융그룹이 모두 후원해 학부모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또한 우승한 유민혁은 본 대회에 초청 출전 기회를 얻었다. 40년 역사를 맞아 올해부터는 자라나는 미래 선수들까지 키우기로 한 것이다.
이희건 재단은 아동들을 위한 스내그골프 대회를 만들어 한일 교류전을 이어가고 있다. 40주년을 맞은 올해는 특별히 대회 기간에 한일 양국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우정상 후보를 골랐다. 일본 선수들은 송영한을 꼽았고, 한국 선수들은 이시카와 료를 꼽으면서 두 선수가 이경재 이희건한일교류재단 이사로부터 3천 달러의 격려금도 받았다.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여는’ 신한동해오픈은 내년에는 41주년 대회로 이어갈 것이다. 아시아 골프를 대표하는 의미있는 메이저 대회로 성장하는 과정은 창립자들이 동해 바다 건너서 꿈에 그리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