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는 JTBC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를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1타를 줄이는데 그쳐 공동 4위에 머물렀다. [골프파일]
지은희(30)의 7년 만의 우승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던 지은희는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 최종 19언더파 공동 4위에 머물렀다. 대회 내내 최상의 샷과 퍼트감을 뽐냈던 지은희는 정작 가장 중요한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는데 그쳤다.
지은희는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음에도 3라운드까지 최상의 경기를 했다. 66-67-65타를 기록하며 통산 3승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최종 라운드 전까지만 해도 지은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음을 비운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독 선두로 챔피언 조에서 출발한 최종일에는 마음을 비울 수 없었다. 우승 욕심이 생겨 몸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의 코스에서는 타수를 지키는 것보다 최대한 타수를 많이 줄여야 우승이 가능하다. 비거리가 많이 나고 그린도 평이했기 때문에 자신이 잘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지은희는 과감하지 못했다. 5번 홀 첫 버디로 늦게 발동이 걸렸고, 1타도 줄이지 못한 채 전반을 마쳤다. 2위로 출발한 김세영이 전반에만 무려 5타를 줄여 지은희와 격차가 4타 차로 벌어져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지은희가 13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했지만 이미 늦었다. 김세영은 공격적인 코스 공략으로 이미 멀리 달아났다. 지은희는 페어웨이는 한 번, 그린은 세 번 밖에 놓치지 않을 정도로 샷감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3번의 라운드에서 27-28-26개에 그쳤던 퍼트 수가 32개까지 치솟았다. 버디 기회를 잡고도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게 패인이었다. 지은희만큼 우승이 절실했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도 챔피언 조에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2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지은희는 2012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4년 만에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당시 펑샨샨(중국)에게 역전패했다. 이번에도 김세영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2010년 스윙 교정 후 긴 슬럼프에 빠졌던 지은희는 그러나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들쭉날쭉했던 스윙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희는 공동 4위로 올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 공동 2위 이후 최고 성적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윙으로 바뀌면서 부상 위험도 줄어들었다.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지은희의 골프는 어쩌면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