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
렉시 톰슨(21.미국)이 스테이시 루이스(31.미국)를 제치고 여자 골프 세계 랭킹 3위로 올라섰다. 양강 체제를 구축한 리디아 고-박인비에 도전할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됐다.
톰슨은 장타를 친다. 올 시즌 평균 290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날려 LPGA 투어 1위다. 필드 평균 보다 40야드 가까이 길다.
대신 퍼트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신인이던 2011년 그린 적중시 퍼트수 1.85로 93위였다. 매년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정상급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엔 홀과 5cm 거리의 퍼트를 툭 집어 넣으려다 공을 맞추지 못해 타수를 잃기도 했다.
롱게임=점프하기
톰슨은 장타를 쳐야 했다. 각각 13살, 2살 터울의 두 오빠와 함께 어릴 때 골프를 했는데 성격상 지는 것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34), 커트(23) 두 오빠는 현재 각각 PGA 투어와 2부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톰슨은 LPGA 투어 1등 장타자고 작은 오빠 커트 톰슨도 지난해 미국 2부 투어에서 평균 321야드로 장타 1위다. 두 선수 모두 맏이인 니콜라스 톰슨에 뒤지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정작 큰 오빠 니콜라스는 PGA 투어에서 드라이브샷 거리가 281야드로 짧은 편이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톰슨이 더 멀리 친다.
렉시 톰슨은 오빠들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거리를 늘려야 했고 임팩트시 점프하는 듯한 스윙을 개발했다. 이 스윙은 이론적으로 근거가 있다. 타이거 우즈(40.미국)의 현재 코치 크리스 코모와 텍사스 여자 대학에서 생체역학을 가르치는 코모의 스승 한국인 권영후 교수는 “힘은 지면에서 나온다”고 주창한다.
코모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영장 다이빙보드에서 뛰어내리면서 스윙하는 비디오를 공개했다. 비디오에서 코모는 몸을 꼬려하지만 잘 안 된다. 지면의 힘을 전혀 이용할 수 없는 허공에서의 스윙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권 교수는 “골프 스윙은 발이 지면을 차고 거기서 나온 땅의 힘을 원천으로 써서 골반을 회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톰슨은 이 중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스윙을 하는 것이다.
퍼트=눈 감기
톰슨은 올해 그린적중시 평균 퍼트수가 1.74로 17위다. 지난해 37위였는데 눈에 띄게 좋아졌다. 비결 중 하나는 눈을 감고 퍼트하는 것이었다.
톰슨은 올 시즌 2개 대회에 나와 버디 55개, 이글 3개를 잡았다. 대부분 눈을 감고 했다. 톰슨은 먼 거리 퍼트만 눈을 뜬다.
눈을 감고 스트로크하는 것은 퍼트는 물론 일반 스윙의 연습 방법 중 하나다. 눈을 감으면 스윙 리듬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헤드업을 하지 않는다. 특히 가까운 거리 퍼트를 할 때 생기는 착시 현상에서 자유롭다.
톰슨은 지난해 마지막 대회 도중 이 방법으로 퍼트 연습을 해봤다. 결과가 눈을 뜨고 하는 것 보다 더 좋아 올해부터 실전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톰슨은 “눈을 뜨고 퍼트하면 긴장해서 홀컵에 불을 낼 것 같기도 한데 눈을 감으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수잔 페테르센(35.노르웨이)도 2013년 등 종종 대회 중 종종 눈을 감고 퍼트를 하기도 했다. 닉 팔도(59.잉글랜드)도 한 때 그린에서 눈을 감았다.
페테르센은 2013년 “눈을 감고 퍼트를 하면 바로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휴지를 넣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온다”면서 “퍼트할 때 계속 눈을 뜨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는 눈을 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