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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하는 죄, 양궁처럼 어려운 한국 女골퍼 올림픽 출전

성호준 기자2015.12.28 오전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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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왼쪽)와 전인지

골프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1904년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간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기는 매우 힘들다. 올림픽에는 국가별 쿼터가 있고 한국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워낙 많아 경쟁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 골프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 보다 국가대표 되기가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양궁 종목 대표 선발전 때마다 들었던 얘기다.

골프와 양궁은 매우 흡사한 종목이다. 멀리서 무언가를 목표한 지점에 최대한 가까이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선수들이 매우 잘 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축구 같은 격렬한 스포츠 보다는 바둑 같은 멘탈 스포츠에 가깝다.

그래서 2010년 한 골프 용품사의 주최로 이보미 등 골프 선수들과 이가람 등 양궁 선수들이 경기를 하기도 했다. 골프는 양궁 타깃을 목표로 했고 양궁은 골프 홀 정도 크기에 맞추면 명중으로 쳤다. 양팀은 70m에서 똑같이 2번씩 성공했고 120m 거리에서는 강한 바람 탓에 아무도 맞추지 못해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양궁은 올림픽을 위해 국내 대표 선발전을 치른다. 여기서 삐끗하면 최고 선수라도 올림픽에 못 간다. 골프는 운은 별로 작용하지 않는다. 지난 2년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짜여진 세계랭킹으로 결정된다. 가장 뛰어난 선수가 나가게 된다. 한국 선수 중 톱 4에 들기가 어려울 따름이다.

올림픽 골프는 남녀 각 60명씩 참가해 4라운드 스트로크 경기로 우승자를 가린다. 한 나라에 최대 2명까지인데 예외적으로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선수가 많으면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한국은 4명을 꽉 채워서 나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기준으로 보면 박인비(세계랭킹 2위), 유소연(5위), 김세영(7위), 양희영(8위)이다. 세계랭킹 9위인 전인지와 10위인 김효주도 못 간다. 이외에도 장하나(14위), 이보미(15위), 최나연(19위) 등도 현재 기준이라면 올림픽 꿈을 접어야 한다.

현재 한국 세계 랭커 상위 4명이 내년 7월 11일 최종 엔트리 마감일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박인비 정도만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다. 올림픽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거둘 후보는 많다. 랭킹 20위 바깥에도 안선주(21위), 이미림(22위), 고진영(26위), 박성현(28위), 이정민(32위), 신지애(33위) 등이 줄을 서 있다.

그러나 L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이 4명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 선수로 올림픽에 가려면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나 일본에서 최고 선수가 되어 랭킹을 올릴 수 있지만 올림픽에 가기에 충분할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뛰는 선수 보다는 현재 랭킹은 낮더라도 LPGA 투어에서 뛰는 이미향(34위), 최운정(35위), 이일희(40위) 등이 오히려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랭킹 50위에 처져 있는 백규정도 내년 상반기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 랭킹을 확 끌어올려 올림픽에 갈 수도 있다.

김세영과 전인지 등은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감안해 LPGA 투어 진출을 결정했다.

올림픽의 국가 안배 때문에 한국 여자 골퍼가 리우데자네이루에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반면 이 국가 쿼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도 참가한다.

현재대로라면 세계랭킹 448위 리사 맥클로스키(콜럼비아)와 509위 빅토리아 러브레이디(브라질)도 참가한다. 러브레이디는 개최국 선수라서 그렇다고 쳐도 실력 차가 심하다. 현재 랭킹으로 결정이 된다면 올림픽에는 세계랭킹 200위가 넘는 선수 22명, 300위가 넘는 선수가 11명 참가한다.

27일 기준, 여자 골프 참가자 60명 중 세계랭킹 100위 이내 선수는 35명뿐이다. 한국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세계랭킹 100위 내 선수 중 80명 이상 참가하는 메이저대회에 비해 우승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승 경쟁을 할 선수는 30명 선이며 그 중 알짜 4명을 보유한 한국 선수 중에서 금메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금, 은, 동 싹쓸이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한국 골프 선수는 금메달이 3억 원을, 은메달 1억5000만 원, 동메달은 1억 원을 받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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