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챔피언스 트로피에 참가한 KLPGA팀과 LPGA팀 선수들 [윤민호]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주관으로 열린 이벤트대회인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협회가 부당하게 발전기금을 걷어들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선수들은 공식 대회가 아닌 이벤트 대회에서 선수들의 사전 동의 없이 발전 기금을 걷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미국프로여자골프협회(LPGA) 투어 주장이었던 박인비는 16일 선수대표 자격으로 대회를 기획하고 중계한 MBC를 통해 항의했다.
MBC측은 “KLPGA 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청한 선수들에게 미안하며 이 일 때문에 내년에 제대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선수들은 “기금을 돌려받으면 자선기금으로 내겠다”고 했고 일부 선수는 앞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이벤트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벤트 대회에 걸린 상금은 10억 원으로 우승팀인 LPGA 투어 선수들에겐 6억5000만원, 준우승팀인 KLPGA 선수들에겐 3억5000만원이 돌아갔다. 이를 팀별 12명의 선수가 나눠 가지게 된다. 승리한 LPGA 투어 선수들은 대부분 1인당 5416만원의 상금 가운데 10%(발전기금 6.7%, 세금 3.3%)를 제하고 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신지은과 이미향 만은 32%인 1733만원을 제한 3683만원을 받았다.
두 선수는 해외 거주자이기 때문에 세금이 22%로 높은데다 KLPGA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 KLPGA 회원들에게는 대회 상금 중 6.7%를 발전기금 명목으로 뗀다. 비회원에게는 10%를 제한다. 미국 LPGA 투어는 회원, 비회원 상관없이 똑같이 6%씩을 걷는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한 관계자는 “이벤트 대회에서 비회원 선수에게 발전기금을 떼는 것은 도덕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대회 요강에 있다면 선수들도 알고 참가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대회 요강에 나와 있어야 하며 사전 통보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LPGA는 “발전기금 공제가 대회 요강에는 없지만 협회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며 투어 핸드북에도 그 내용이 있다. 공식, 비공식 이벤트 대회 여부에 상관없이 상금이 걸려 있다면 발전기금을 걷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다.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는 지난 11월 29일 부산 기장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렸다. LPGA팀에는 주장 박인비와 김세영, 유소연, 김효주, 장하나, 최운정, 이미향, 이미림, 이일희, 신지은, 백규정, 박희영이 출전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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