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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처럼 자신 이름 내건 대회 만들고픈 이미향②

이지연 기자2015.04.29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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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은 부모님이 주신 이름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성진]

시즌 3개 대회를 남기고 시메트라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미향은 상금랭킹 6위로 정규 투어 풀시드를 받았다. 그러나 2013년 1부 투어에 데뷔한 뒤에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 컷 통과보다 컷 탈락이 많았고,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또 기적이 일어났다. 출전 자격이 있는 대회에 모두 출전하고도 상금랭킹 100위 안에 들지 못했던 이미향은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되면서 끝에서 두 번째로 출전자 명단에 포함됐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공동 19위를 하면서 상금랭킹 92위로 투어 카드를 유지했다. 이미향은 “‘안 되면 1년 더 배우면 되지’라고 생각했더니 경기력이 살아났다. 골프는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초 유럽여자프로골프 ISPS 한다 뉴질랜드여자오픈 우승은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 LPGA 투어는 아니었지만 첫 정규 투어 우승이었고, 리디아 고를 물리치면서 “나도 할 수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미향은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해 11월 LPGA 투어 미즈노클래식에서 연장 다섯 번째 홀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 번째 홀에서 일본 선수(코즈마 코토노)와 이일희가 10m가 넘는 버디를 먼저 성공시켜 패색이 짙었으나 7m 버디로 기적 같은 승부를 연출했다. 이미향은 “빨라야 2015년, 늦으면 2017년 정도에 우승이 목표였다. 연장전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그랬더니 덜컥 우승이 왔다”고 웃었다.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미향은 올해 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방 3개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3년 간 미국에서 번 돈으로 마련한 첫 보금자리였다. 이미향은 “그동안 아파트를 빌려 살면서 불편함이 적지 않았는데 우승한 일 다음으로 뿌듯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미향은 올 시즌 8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없이 고른 성적을 냈다.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는 공동 8위를 했고, JTBC 파운더스컵에서는 공동 3위에 올랐다. 우승 뒤 달라진 모습에 스스로가 놀랄 정도라고 한다.

이미향은 선수로서 욕심이 많다. LPGA 투어 3년 차가 된 그는 “경험이 쌓이면서 위기 상황에서 타수를 지키는 능력이 좋아졌다. 지난해보다 조금 더 발전한 한 해를 보내고 싶고, 우승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향의 롤 모델은 박세리다. 중학교 2학년 때 함께 라운드를 한 이후 한시도 박세리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미향은 “세리 언니의 모든 걸 닮아가려고 노력한다. 샷은 물론 정신력, 집중력, 카리스마 같은 것들을 배우고 싶다. 언젠가 언니처럼 내 이름을 딴 대회를 만들고 싶고, 후배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 꿈은 벌써 현재 진행 중이다. 이미향은 미국에 건너간 뒤로 해마다 모교인 함평골프고에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는 상금 일부를 기부했고, 대회가 없는 기간에는 한국 교민들과 라운드를 하며 원포인트 레슨도 해준다. 이미향은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 돌려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스물 둘, 캠퍼스를 걸으며 한창 낭만에 빠져있을 나이지만 이미향은 당분간 골프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미향은 “18년 정도 골프를 했지만 아직 한 번도 질리거나 후회한 적이 없다”며 “연애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
만 당분간은 골프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한해 한해 발전하고 선수로서 롱런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향은 부모님이 주신 이름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겠지만 참 괜찮은 선수이자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花香百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酒香千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人香萬里)’는 옛 말이 있다.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고 싶어하는 속이 꽉찬 스물 둘 이미향의 향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렬해지고 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이미향 인터뷰는 월간 JTBC 골프매거진 5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기사는 모바일 매거진(magazine.jtbcgolf.com) 또는 온라인(www.jtbcgolfi.com) 등을 통해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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