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은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는 LPGA 투어 데뷔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공동 13위에 올랐다.
'제2의 미셸 위'로 주목 받고 있는 앨리슨 리(미국)가 미셸 위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을까.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 앨리슨 리는 골프와 학업의 병행을 선택했다. 미국 UCLA 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학교가 너무 좋다. 학교 친구들과 대학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골프와 학업에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미셸 위도 넘지 못했던 산이다. 우즈는 스탠퍼드 대학 2학년 무렵 '헬로우 월드'라는 말과 함께 중퇴를 선언했다. 대학의 철저한 학업병행 방침으로 학점관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7년 스탠퍼드에 입학한 미셸 위는 ‘타이거처럼 중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투어와 학업의 병행했다. 미셸 위는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과 2010년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을 거머쥐며 곧잘 적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균형을 잡지 못한 채 투어와 학업 중단을 반복해야 했다. 이후 슬럼프에 빠져 4년간 무관에 그쳤다. 특히 미셸 위가 졸업하던 해인 2012년에는 LPGA 투어 초반 8개 대회에서 6번 컷 탈락의 수모를 겪으며 세계랭킹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는 “골프와 공부를 함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앨리슨은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는 LPGA 투어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4언더파를 쳐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KB금융), 지난 시즌 LPGA 투어 2승을 거머쥔 이미림(우리투자증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프로 데뷔전임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앨리슨을 지켜본 현지 기자도 호평했다. 골프위크의 한 기자는 “앨리슨은 여전히 UCLA가 적혀있는 캐디백을 들고 다녔지만 아마추어 딱지를 뗀 풋내기 같지 않았다. 오히려 투어를 오랫동안 누빈 베테랑 골퍼 같았다”고 치켜 올렸다. 앨리슨은 이 대회에서 페어웨이 적중률 73%, 그린적중률 69.4%, 평균 퍼트수 29개를 기록했다.
앨리슨은 “마침내 꿈을 이루게 돼 너무 기쁘다. 프로 골퍼들과 경기를 치렀지만 생각만큼 초조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조금 힘들었지만 플레이에 만족한다”며 “목표는 신인왕이다. 올 시즌 뛰어난 루키들이 즐비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자신감을 갖고 내 플레이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앨리슨은 학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그는 “대회 기간 동안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대신)LPGA 측에서 대학 시험의 감독을 봐주기로 했다. 올해 가을에는 전공인 국제개발학 학위 신청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앨리슨의 골프와 학업 병행에 부정적인 단면만 있는 건 아니다. 미셸 위는 얻은 것도 많다고 했다. 미셸 위는 대학 졸업 후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골프에 집중한 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다양한 취미를 가졌다. 덕분에 균형 잡힌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남은 인생을 놓고 두고두고 후회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앨리슨은 5일부터 열리는 바하마 클래식에 출전할 예정이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