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골프 캡쳐]
크리스티나 김이 9년여 만에 우승했다. 5타 차 선두로 나선 경기였지만 천신만고 끝에 연장까지 끌려 갔다 온 우승이었다.
17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시티 멕시코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다. 크리스티나 김은 버디 6개를 잡았으나 보기도 5개를 했다. 1언더파 71타를 쳤다. 5타 뒤에 있던 펑샨샨은 6타를 줄였다. 두 선수는 똑같이 15언더파를 기록했다.
쉽게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 홀에서 크리스티나 김은 1m 우승 퍼트를 남겼다. 그러나 그 보다 먼 거리에서도 쑥쑥 들어가던 퍼트가 왼쪽으로 빠졌다.
연장에 가야 했다. 연장 첫 홀 크리스티나 김은 위기를 맞았지만 약 3m 파 퍼트를 넣어 살아났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펑샨샨이 삐끗했다.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나무 밑으로 갔다. 백스윙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페어웨이로 빼내야 했다. 펑샨샨은 세 번만에 그린에 올렸고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약 6m 내리막 버디 퍼트를 홀 한 뼘 옆에 붙여 파 세이브하면서 9년 만에 기다림을 끝냈다.
그의 절친한 친구 미셸 위가 와서 눈물을 흘리면서 포옹했다. 미셸 위의 캐디도 그를 축하해줬다.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도 했던 크리스티나 김은 “할 말을 잃었다. 좋았던 시절과 나빴던 시절이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수많은 날들이 있었다. 밤이 얼마나 어두운지 실감할 날들이 있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인생에 새로운 막이 시작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15번 홀에서부터 드라마틱해지기 시작했다. 펑샨샨이 약 20m 칩샷을 홀에 넣어 버디를 잡았을 때다. 크리스티나 김도 칩샷을 해야 했는데 펑샨샨 거리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펑샨샨의 버디 때문인지 부담감은 더 커졌다. 크리스티나 김의 웨글이 늘어났다. 너덧 번의 웨글 후 칩샷을 했는데 짧았다. 약 3m의 파 퍼트도 넣지 못해 보기가 됐다. 전 홀에 이은 2연속 보기였다. 14언더파로 펑샨샨과 동타. 4라운드를 시작할 때 5였던 타수 차이가 0으로 줄었다.
코너에서 크리스티나 김은 곧바로 빠져 나왔다. 16번 홀에서 약 4m 버디를 잡아 다시 한 타 차 선두로 나섰다. 파 5인 17번 홀에서 크리스티나 김은 2온에 성공해 이글 찬스를 잡고 펑샨샨은 그린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크리스티나 김이 완전히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역시 끝나지 않았다. 펑샨샨은 60야드에서 핀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크리스티나 김도 이글 퍼트를 놓쳐 한 타 차 승부가 계속됐다.
마지막 홀을 한 타 차 선두로 시작한 크리스티나 김은 1m 파 퍼트를 놓쳐 연장에 갔으나 결국 승리했다. 크리스티나 김의 마지막 우승은 2005년이었다.
박인비는 4타를 줄여 11언더파 3위를 했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9점을 얻어 226점이 되면서 1위 스테이시 루이스와는 3점차다. 유소연은 9언더파 공동 4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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