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정이 초청 선수로 출전한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국내 대회에서 3승을 거두는 실력을 갖추고도 룰 위반 등 구설수에 시달렸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새로운 골프 인생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사진 하나금융 챔피언십 대회본부]
초청 선수로 출전한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신데렐라가 된 백규정(CJ)의 2014년은 파란만장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의 백규정은 장밋빛 꿈을 안고 올 시즌 국내 투어에 데뷔했다. 네 번째 대회인 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첫승을 하는 등 초반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이후 뜻하지 않게 여러차례 구설의 중심에 섰다. 백규정은 5월 열린 이데일리 여자오픈에서 에서 동반 플레이를 한 장하나(비씨카드)의 스코어를 잘못 적어 실격이 된 사건을 두고 고의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8월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으면서 구설에 시달렸다.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소문의 중심에도 섰다.
아마추어 때와 달리 프로 무대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일의 책임은 캐디나 코치가 아닌 프로 자신이 져야 한다. 전쟁터나 다름 없다. 백규정은 "여러 오해를 받는데 대해 자괴감이 들고 속상했다. 그러나 내가 부족해 그런 소지를 제공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고 진정성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백규정은 이번 대회에서 분풀이를 하듯 맹타를 날렸다. LPGA 투어 상위랭커 59명 등 78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 국내 투어 상금랭킹 상위자 자격으로 출전해 2006년 홍진주(31) 이후 8년 만에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대회를 앞두고 허리가 아파 수요일 열린 프로암 때는 공도 치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마음을 비우니 기회가 왔다고 한다.
백규정은 최종 라운드 중반만 해도 우승과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후반 5홀 연속 버디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전인지(하이트)와 연장에 합류했다. 연장전에서는 LPGA 통산 5승을 거둔 장타자 린시컴을 침몰시켰다. 백규정은“아프기 전에는 욕심도 부렸다. 그러나 아프고 나서는 성적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승은 생각하지도 않았고 톱 5만 들자는 생각으로 즐겼더니 뜻밖의 우승이 왔다"고 했다.
백규정은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1년 풀 시드를 받고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국내 투어에서 3승을 하는 실력을 갖추고도 룰 위반 등 구설수에 시달렸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새로운 골프 인생을 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규정은 "골프를 시작했을 때부터 미국 투어는 꿈이었다. 2라운드 때 박세리 프로님과 라운드하면서 빨리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부터 고민해봐야겠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영종도=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