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남달라’ 박성현의 진짜 ‘남달랐던’ 2017년

이지연 기자2017.12.04 오후 9:59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사진 신중혁, cooperation 티뷰론골프장, 리츠칼튼 호텔]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 데뷔한 박성현은 자신의 별명처럼 그 누구보다 남다른 한 해를 보냈다.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39년 만에 LPGA투어 역사상 두 번째로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2006년 세계 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데뷔 해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티뷰론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남다른 한 해의 마침표를 찍은 박성현의 위대한 도전에 이 동행했다.



LPGA투어 2017년 시즌이 개막한 지난 1월 말. 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만난 박성현은 “올 시즌 1승과 신인상을 받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꿈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자 “언젠가 US여자오픈에서 꼭 우승하고 싶으며,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세계 랭킹 1위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10개월. 박성현은 한 시즌 만에 모든 목표를 이뤄냈다.



아니 자신이 기대하고 생각했던 그 이상의 ‘어메이징’한 한 해를 보냈다. 올 시즌 박성현은 자신의 별명처럼 그 누구보다 남다른 활약을 펼쳤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LPGA투어에서 데뷔 첫 해에 신인상, 상금 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박성현 같은 신인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것은 64년 LPGA투어 역사에서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역대 두 번째다. 평균 270.629야드(7위)를 기록한 장타와 벤 호건을 연상시키는 스윙을 앞세운 그에게 LPGA는 ‘기록 파괴자(Record Breaker)’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사진설명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강한 집념 보인 박성현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앞두고 박성현은 지쳐 있었다. 6주 연속 강행군이 이어진 데다 아시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온 뒤라 시차에 따른 피로를 호소했다. 공식 연습일에도 라운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티뷰론골프장을 처음 접하는 박성현은 개막 하루 전 열린 프로암에 지친 몸을 이끌고 코스 점검에 나섰다. 진지하게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마지막 대회에 집중 또 집중하려 했다.

장기적인 목표로 세웠던 US여자오픈 우승과 세계 랭킹 1위 등극을 하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 셈이다. 최종전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장에서 다시 만난 박성현은 여전히 자신을 낮췄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도 스스로에게 ‘80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주면서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올해의 선수상은 렉시 톰슨의 경기 결과에 따라 극적으로 수상한 만큼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내 머릿속은 벌써 내년 시즌에 대한 준비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내년의 목표는 올해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내는 것”이라는 박성현의 말 속에서 그가 데뷔한 지 채 1년이 안 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선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올 시즌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80점 정도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는데 못 살린 부분이 있어 아쉽다. 또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인상, 올해의 선수상까지 탔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내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20점은 앞으로 더 채워 나가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점 만점을 줘도 될 만큼 맹활약을 했다.

물론 코치님이나 주위 사람들은 ‘너무 잘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하지만 아직 엄마한테서는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사진설명
하루 전과 180도 변화, 피로 잊은 굿샷
1라운드 아침. 박성현의 표정은 전날에 비해 훨씬 더 밝아졌다. 전날 잠을 푹 잔 덕분이라고 했다. 박성현은 1라운드에서 올해의 선수, 100만 달러 보너스인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등 각종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랭킹 1위 펑샨샨, 4위 렉시 톰슨과 동반 라운드했다. 전반 9홀까지 2언더파. 샷감은 물론 퍼트감도 나쁘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 신인상, 상금 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 등을 휩쓸었는데, 그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신인상이다. LPGA투어에 데뷔하면서 세운 목표가 시즌 1승과 신인상이었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다. 신인상은 평생에 한 번뿐이고 한국에서도 못 받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처음부터 목표로 했기 때문에 우승했을 때만큼이나 기뻤다. 상금 랭킹 1위는 상금이 가장 많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운이 따른 것 같다. 올해의 선수상은 렉시 톰슨이 마지막 홀에서 50cm 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상이 온 거라 얼떨떨하다.

신인상 수상 소감 영상에서 약간 떠는 것 같았다.

소감의 내용이 한국 투어에 데뷔한 이후의 루키 시절부터 시작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때 생각이 나서 떨렸다. 녹화를 하면서 떨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살짝 당황스러웠다(웃음). 시상식장에서 수상 소감 영상을 틀었을 때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내가 나온 모습을 보는 것이 민망해서 인터뷰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낸시 로페즈 이후 39년 만에 신인으로서 전 부문 수상에 도전하면서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크게 부담감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 위해 일부러 기사도 잘 찾아 보는 편이 아니다. 약간의 부담은 있었지만 너무 힘든 정도는 아니었고, 정말 그렇게 되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도 모르게 부담이 느껴진 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집중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 대회 한 주간은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다.




사진설명
5언더파, 위기에서 빛난 집중력
후반 9홀에서 박성현의 샷감은 더 살아났다. 정교한 아이언샷이 뒷받침되면서 3타를 더 줄였다. 보기 위기도 두 차례 있었으나 중거리 퍼트를 집어넣는 집중력을 보였다. 결과는 2언더파를 친 펑샨샨과 1언더파의 톰슨에 판정승.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가장 부담이 컸던 대회는?

데뷔전이었던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다. 신인으로서 정말 많은 주목을 받고 나선 대회였기 때문에 부담이 컸던 것 같다. 1라운드 3번 홀까지는 어떻게 쳤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렇게까지 긴장을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LPGA에서 ‘기록 파괴자’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벤 호건의 스윙을 닮았다는 평가도 나왔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다. ‘기록 파괴자’라는 말 자체는 되게 멋있는 것 같다(웃음). 그렇게 불러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사실 나는 내 경기에 집중할 뿐이다. 내가 어떤 기록을 깬 건지도 잘 모르겠다.




사진설명
‘남달라’,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다
1라운드가 끝난 이후에는 2017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되는 ‘롤렉스 어워드’ 행사가 열렸다. 박성현은 이날 신인상 외에도 생애 첫 우승자, 올해의 선수 후보 등으로 네 차례나 무대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말로 수상 소감을 전한 뒤 사회자가 영어로 소감을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Thank you. This means a lot(감사합니다. 이 상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