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 브라이슨 디섐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잊혀진 골프계의 뜨거운 감자가 있다. 슬로 플레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오랜 기간 골머리를 썩힌 슬로 플레이를 뿌리 뽑겠다며 다시 한 번 전쟁을 선포했다.
PGA 투어는 올해 1월 한층 강화된 슬로 플레이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종전 PGA 투어는 슬로 플레이 선수 개인을 지적하기보다는 그 선수가 속한 팀에 경고를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새 지침은 슬로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특정해 관찰 대상 리스트를 작성한다. 슬로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특정하고 집중관리해 슬로 플레이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관찰 대상 리스트에는 10개 대회에서 샷 시간이 평균 45초를 초과하는 선수가 이름을 올리게 된다. 경기 위원들은 대회 중 관찰 대상 리스트에 오른 선수들을 집중 관리하며, 선수들이 정해진 속도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패널티는 물론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종전에는 한 라운드에서 경기위원으로부터 슬로 플레이를 2회 지적받으면 1벌타를 부과했다. 하지만 새지침에서는 한 대회(4라운드)를 통틀어 60초 이상의 샷이 2차례 나오면 1벌타를 부과한다. 즉, 4라운드 동안 누적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라운드에서 1회 지적을 받은 후 4라운드에서 다시 또 1회 지적을 받을 경우 1벌타를 받게된다. 만약 2회를 초과할 경우 3회째부터는 적발시마다 1벌타가 부과된다. 샷 한 번에 2분(120초) 이상이 걸리는 선수들에게는 막대한 벌금도 있다. 1회는 경고로 끝나지만 2회부터는 5만 달러(한화 약 5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종전 5000달러(한화 약 570만원)였던 벌금에 무려 10배다. 또한 세번째 위반부터는 각 2만 달러(한화 2300만원)의 벌금이 추가된다.
그러나 이 지침은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다. 지난 4월 예정됐던 RBC 헤리티지에서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에 앞선 3월 PGA 투어 시즌이 중단되며 이 역시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PGA 투어는 여전히 슬로플레이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오는 1월 예정된 센트리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부터 다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PGA 투어 수석 부회장이자 경기 운영 담당자인 타일러 데니스는 "우리는 가장 느린 선수들의 개인 습관에 초첨을 맞췄다. 선수 스스로가 슬로 플레이를 억제할 수 있도록 벌금을 크게 높였다"며 슬로 플레이를 뿌리 뽑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지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PGA 투어는 최근 3년 동안 슬로플레이를 뿌리 뽑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방안이 나왔지만, 제대로 시행된 적은 없다. 지난 2018년 1월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슬로 플레이의 대명사 J.B 홈즈(미국)가 챔피언조로 나서 5시간 30분의 플레이시간을 기록했다. 당시 홈즈는 18번 홀 페어웨이에서 클럽을 선택하고 샷을 하기까지 무려 4분 10초가 걸렸다. 슬로 플레이의 여파로 연장전이 다음날로 순연되기도 했지만, 홈즈는 PGA 투어로 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톱플레이어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다. 지난해 8월 치러진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는 3m 가량의 퍼트를 하는데 무려 2분을 허비했지만 당시에도 PGA투어의 제재는 없었다.
김현지 기자 kim.hyeonji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