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왕' 해리스 잉글리시.
해리스 잉글리시(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새해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 대회 나흘 동안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1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리조트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PGA 투어 새해 첫 대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라운드가 치러졌다. 잉글리시는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25언더파 267타로 호아킨 니만(칠레)과 연장 승부에 들어선 잉글리시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134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받았다.
잉글리시는 무난하게 시작했다. 4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했으나 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만회했다. 후반 들어 잉글리시의 경기력이 불을 뿜었다. 11번 홀(파3)부터 13번 홀(파4)까지 연속 버디를 기록하고 15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순식간에 4타를 줄였다. 그러나 15번 홀(파4)에서 보기에 그쳐 니만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마지막 18번 홀(파5). 잉글리시는 두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으로 올렸다. 홀까지는 3m 거리.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이글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휘었다. 잉글리시는 버디 퍼트를 가볍게 밀어 넣으며 니만과 연장 승부에 들어섰다.
연장전에서 잉글리시는 니만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쪽 러프에 떨어지며 기회를 잡았다. 니만은 공을 그린에 한 번에 올리지 못하며 파를 기록했다. 잉글리시는 침착하게 퍼트했고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를 마친 잉글리시는 PGA 투어 공식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이번 우승으로 해소됐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실력으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검증 받을 수 있어 기분이 매우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잉글리시의 이번 우승은 2013년 11월 마야코바 클래식 이후 무려 7년 2개월만이었다. 2013년 두 차례 우승을 거둔 잉글리시는 그 이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2018-2019 시즌은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하며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잉글리시는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6번 들었다. 이번 시즌도 느낌이 좋았다. 지난해 9월 US오픈에서 4위를 하더니 이번 대회 전까지 5번의 공식 경기에서 4번 톱10에 드는 저력을 보였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PGA 투어 대회 우승자들이 출전 자격을 얻는 PGA 투어의 ‘왕중왕전’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투어의 규모가 줄면서 지난 시즌 투어 챔피언십 참가자 까지 자격을 확대했다. 잉글리시는 지난 시즌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해 이번 대회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극적으로 자격을 얻은 대회에서 우승하며 잉글리시는 ‘왕중왕전’의 ‘왕’이 됐다. 잉글리시는 “매주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나는 나였고 더욱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최상의 몸 상태가 필요했고 잘 유지했다. 예전보다 더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이룰 것이 많이 남았다”던 그는 “이번 대회 우승은 내가 더욱 잘해지고 많이 우승할 기회를 갖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고 힘줘 말했다.
박수민 인턴기자 soominp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