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왓슨이 출전했던 턴베리의 2009년 디오픈.
도널드 트럼프(76)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세번째 도전이다.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가 이전에 골프장 사업으로 성공했던 사람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로 인해 한 골프장이 디오픈을 더 이상 개최하지 못하게 됐으나 유럽 최고의 그린피를 받는 고급 골프장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서부 해안 에어셔 클라이드만에 위치한 트럼프턴베리(Trump Turnberry)의 아일사(Ailsa) 코스가 유럽에서는 가장 비싼 축에 든다.
지난해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평가에서 18위에 들었다. 지난 7월 디오픈을 전후로 한 기간에는 460파운드(72만원)까지 그린피가 치솟았다. 지난 2009년 메이저인 디오픈을 4번째로 열었고 2015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브리티시여자오픈(현재 AIG여자오픈)에서 박인비가 우승했던 바로 그 코스다.
턴베리는 1906년 제임스 밀러가 설계한 코스에 호텔, 롯지가 만들어지고 철도가 놓이면서 골프 여행지로 떴다. 1, 2차 세계 대전 중에 코스는 공군 활주로로, 호텔은 야전 병원으로로 활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로스 맥켄지의 설계로 골프장으로 탈바꿈했고 디오픈 순회 코스가 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코스는 1974년 잭 니클라우스와 톰 왓슨이 명승부를 벌인 디오픈의 현장이기도 하다. 주말 이틀간 두 선수는 한 타차 승부를 피말리게 벌였다. 이후 2009년에 열린 138회 디오픈에서 왓슨이 59세 나이에 다시 우승에 도전했으나 스튜어트 싱크와의 연장전 끝에 패배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미국의 골프장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2014년 4월에 리조트 전체를 사들였고 2달 지나 이름을 트럼프 턴베리로 바꾸었다. 클럽하우스 안으로는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액자에 스크랩해서 붙여놓기도 했다.
실내 인테리어를 트럼프 코스들의 특색인 흰색과 황금색으로 치장하고는 그린피를 대폭 올렸다. 또한 이곳을 찾는 이들은 레스토랑 이름이 ‘태양 아래 두 사람’인 것을 보고 잭과 톰의 명승부를 떠올린다.
트럼프는 골퍼의 과시적 소비욕구를 자극해 돈을 번 사업가다. 입지나 레이아웃이 좋은 코스가 경영난에 처하게 되면 인수해서 클럽하우스 등 건물에서의 대대적인 호화 리노베이션을 통해 세상에 비싸게 내놓는다.
턴베리에서 그린피만 생각하면 입이 쩍 벌어지지만, 코스 자체는 환상적이다. 등대와 함께 바다 한가운데 솟은 아일사 섬이 보이는 코스는 ‘스코틀랜드의 페블비치’로 불릴 만큼 아름다움을 지닌 링크스로 인기 높다.
하얀 등대를 전후로 4번부터 11번 홀까지 해안을 따라 흐르는 홀들의 풍광은 매우 아름답고 감탄사가 연발된다. 아일사 코스 외에도 2001년 개장한 18홀의 킹 로버트 더 브루스(King Robert the Bruce) 코스, 파31의 9홀 아란(Arran) 코스가 있는데 간발의 차이지만 이들 코스의 그린피는 아일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밖에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동부해안 애버딘셔에서는 엄청나게 큰 모래 사구를 이용해 스코틀랜드의 명 설계가 프레드 호트리에게 맡겨 트럼프인터내셔널링크스스코틀랜드(Trump International Links Scotland)를 2012년 개장했다.
카트길까지 모두 잔디로 심는 등 호화로운 코스를 만들어 그린피 400파운드(65만원)를 받는다. 21년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의 100위로 순위가 내려갔으나 트럼프는 오는 이들에 상관없이 고가 정책을 유지한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 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트럼프 브랜드를 자신에 넘치게 풀이한 바 있다. “품질과 럭셔리를 상징한다. 내 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면 골프장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그의 말은 비싼 골프장을 찾는 이들이 욕하면서도 수긍하게 된다.
애버딘에서 저렴하지만 전통 있는 100년 넘은 퍼블릭 코스인 킹스링크스가 30파운드인 것과 비교하면 특히나 그렇다.
※ 해당 콘텐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JTBC골프매거진> 11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