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
한국 여자 골프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4승을 합작했다. 미국(8승) 다음으로 많은 우승을 합작한 성적을 냈지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LPGA 투어 최다승을 이어갔던 기록이 2년 연속 미국의 벽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 메이저 대회 KPGA 여자PGA 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우승한 뒤, 하반기에 한 명도 LPGA 투어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해 아쉬움이 더 컸다.
이런 가운데서 태국, 일본 등 경쟁 국가들의 선전이 한국 여자 골프를 위협하는 분위기다. 패티 타바타나킷(2021년), 아타야 티띠꾼(2022년) 등 2년 연속 LPGA 투어 신인상을 배출한 태국은 아리야 주타누간, 파자리 아난나누카른 등 실력 있는 골퍼들의 활약이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일본,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골퍼들도 늘고 있다. 이는 매 시즌 꾸준하게 LPGA 투어에 도전하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우승 성적은 물론, 해외 투어 진출 자체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는 한국 여자 골프의 상황과 대조되고 있다.
여자 골프 세계 톱10엔 한국 선수 3명(고진영, 전인지, 김효주)이 들었지만, LPGA 투어에서 새로운 한국 선수들의 얼굴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내부 규정 탓에 LPGA 투어 대회에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당장 지난해 10월 강원 원주 오크밸리CC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KLPGA 투어 소속 선수들이 나서지 못했다. KLPGA에서 이 대회를 '비공인 대회'로 규정하면서 해당 대회의 투어 선수 출전을 막은 탓이다.
KLPGA는 지난 2021년 이사회를 통해 "(LPGA 투어 대회에는) 투어 시드권자가 아니면, 대회에 나설 수 없다. 안내한 사항을 어기면 협회 상벌분과위원회 규정에 근거해 징계가 부과될 수 있다"면서 최대 10개 대회까지 출장정지, 이와 병행해 범칙금(10만원~최대 1억원)이 부과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앞서 KLPGA는 2019년 연간 해외 투어 대회 출전을 최대 3개까지만 허용했다. 대회 메인 스폰서의 권리뿐 아니라 자국 투어 선수를 보호함으로써 투어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선수의 활동 폭을 국내 투어가 막는다는 비판도 맞섰다. 선수들의 국제 무대 출전 의지, 더 나아가선 판을 세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LPGA 투어에서 1승을 거둔 후루에 아야카. 일본 투어에서 8승을 거뒀다. [사진 Gettyimages]
여기서 다른 나라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하타오카 나사뿐 아니라 시부노 히나코, 후루에 아야카 등 자국 투어 선수들의 LPGA 진출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여자 골프의 국제 경쟁력을 취재하던 JTBC골프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이끌고 있는 고바야시 히로미(小林 浩美) 협회장과 인터뷰를 타진했다. 그리고 고바야시 회장은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자신의 경험과 협회의 방향성을 골고루 언급하면서 일본 여자 골프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선수 출신이다. 선수 시절, 그는 LPGA 투어에서 14년 동안 활동했고 일본에서 11승, 미국에서 4승을 거둔 실력파 골퍼다. 특히 1990년 LPGA 투어에 진출하고서 그해 신인상을 받았다. 오랜 국제 경험을 거쳐 그는 은퇴 후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골프 행정가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고바야시 회장은 "JLPGA는 중장기적으로 계획과 비전을 세우고 여자 골프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어떤 길인지 구체적인 주제를 갖고 방향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JLPGA는 자국 투어 선수들의 해외 대회 출전에 비교적 유연한 정책을 펴고 있었다. LPGA 5대 메이저 대회는 물론 각 메이저 대회 앞뒤로 1개 대회 참가도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다 추가로 일반 2개 대회 참여도 가능하다. 연간 JLPGA 투어 대회 중에 60% 참가 규정만 지키면 LPGA 투어에 최대 12개 대회 참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같은 정책은 지난 2013년부터 펴고 있었다.
고바야시 회장은 "JLPGA의 상위권 선수들은 매년 해외에서 활약한다. 연간 실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게 어떤건지 살펴봤다. 상금보다는 포인트 랭킹 제도를 바꾸면서 해외 메이저 대회를 포인트에 합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게 타당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혜택을 본 선수가 지난해 사이고 마오였다. 사이고 마오는 지난해 LPGA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 대회뿐 아니라 LPGA 4개 대회에 나섰던 사이고 마오는 JLPGA 투어 25개 대회에 나서 포인트 랭킹 톱10 중에 가장 적은 대회에 나서고도 JLPGA 메르세데스 포인트 순위 2위(2264.83점)에 올랐다.
JTBC골프와 화상 인터뷰한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 [사진 JTBC골프]
고바야시 회장은 "인터넷 사회가 된 지금은 세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팬들은 자국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정말 세계에서 (일본 선수들이) 크게 활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국 투어 선수들이 해외로 나감으로써 생기는 인력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없다"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의 해외 대회 출전은) JLPGA를 발전시킬 수 있다. 스폰서들의 응원이 크다. 투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3년간 LPGA 투어 선수 생활을 했던 고바야시 회장의 경험은 자국 투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JLPGA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었다. 고바야시 회장은 "4년차에 LPGA 투어 첫 우승을 했다. 환경이 받춰주면 (세계 무대에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선수들 중에선 재능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좋은 환경을 만들면 투어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골퍼라면 어떤 투어에서든 뛰고 싶은 무대를 고를 수 있다"면서 "JLPGA 투어의 매력과 가치를 꾸준히 높여가고 싶다"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해외 진출에 열린 마인드의 프로 투어 협회의 지원 속에 국제 경쟁력을 키워가는 일본의 상황, 고바야시 회장의 더 자세한 인터뷰는 20일 오후 9시 JTBC골프 새 프로그램 클럽하우스를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