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오른쪽)가 2011년 파울러의 우승을 축하하던 모습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열린 제123회 US오픈에서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우승 경쟁을 했던 두 선수가 한국 골프와도 연관이 있다.
첫날 18홀 코스레코드 신기록을 작성한 리키 파울러(미국)는 2011년 코오롱 제52회 한국오픈에서 자신의 프로 데뷔 첫승을 올렸다. 이 대회 2위로 마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009년을 시작으로 세 번 출전해 2위 한 번에 3위를 두 번이나 했다.
올해로 65회를 맞은 코오롱한국오픈이 한국 골프에 기여한 큰 역할은 대회를 국제화하고 국내 선수들이 해외 큰 무대로 나갈 꿈을 꾸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골프 변방에 있던 한국에서 꽤 많은 초청료를 주고 해외 유명 선수들을 초청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겨루면서 한국 선수들은 그들처럼 골프하려고 노력했고 해외 큰 무대로의 꿈을 꾸었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1985년 대한골프협회(KGA) 회장에 취임해 1996년까지 11년간 역임하면서 국내 엘리트 선수를 집중 육성했다. 박세리, 김미현 등 국가대표와 상비군 제도를 만들어 후원했을 뿐 아니라 한국오픈 후원사가 되면서 ‘한국오픈을 평생 후원하겠다’라는 약속은 대를 이어 지켜지고 있다.
1990년 스콧 호크 [사진=한국오픈 조직위]
PGA투어 스콧 호크가 2연패
그 과정에서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해외 유명 골프 선수 20여명을 한국오픈에 초청했다. 그로 인해 국내 선수들이 실력과 경쟁력을 쌓으면 해외 큰 무대로 나갈 수 있다는 꿈을 자각했다. 교포를 포함해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던 메기들을 국내 연못에 풀어놓은 게 국내 선수들에게는 충분한 자극제가 됐다. 물론 그중에 5명이 우승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를 초청한 건 코오롱이 공동 주최사가 된 1990년이 처음이다. 좋은 선수가 있어야 대회도 발전한다고 생각한 이동찬 KGA 명예회장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PGA투어 10년차에 4승의 초청 선수 스콧 호크(미국)를 초청했다. 호크는 한국에서 펄펄 날았다. 무빙데이에서 6타를 줄여 선두로 올라섰고, 마지막날도 3타를 줄여 2위 김성종에 4타차 우승(10언더파)했다. 이듬해인 1991년은 타이틀 방어를 마지막날에 2타를 줄여 최상호에 한 타차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했다.
2001년에는 당시 최고의 주가를 날리던 닉 팔도와 1999년 디오픈 우승자 폴 로리(잉글랜드)를 초청했다. 이듬해인 2002년도 한양CC에서 열렸는데 당시 떠오르던 스타로 세계 랭킹 5위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출전해 우승했다. 첫날 67타를 시작으로 나흘 내내 60타대(65-66-67타)를 쳐서 23언더파 265타로 역대 대회 최저타로 우승을 달성했다.
2003년 챔피언 존 댈리 [사진=한국오픈 조직위]
엘스, 싱, 구센, 댈리 스타들 초청
2003년 46회 대회부터 이 회장은 자신의 아호를 따서 이름 지은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으로 옮겨 대회 코스를 옮겨 치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매년 대회 코스 세팅을 업그레이드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색다른 테마에 따라 해외 최고 선수들을 초청했다.
첫해는 당시 세계적인 장타자로 손꼽히던 존 댈리(미국)와 여자 선수 중의 최장타자인 로라 데이비스, 저스틴 로즈(이상 잉글랜드)였다. 골프계에 관심사였던 남녀 성 대결 열풍을 반영한 것이다. 이 대회에서 댈리는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타이론 위라찬트(태국)에 한 타차 우승했다.
2004년은 세계 골프랭킹 3위이던 어니 엘스(남아공)가 초청되었고 최연소 PGA투어에 데뷔한 재미교포 케빈 나를 초청했다. 2005년에는 마스터스 챔피언인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초청되었다. 2006년에는 총상금을 2억원 7억원으로 올렸고, 유행하던 장타자 흐름을 따라 랭킹 6위인 레티프 구센(남아공)과 PGA투어 최장타자인 버바 왓슨(미국)을 초청했다.
제50회를 맞은 2007년은 총상금을 3억원 올린 10억원, 우승 상금도 3억원으로 인상했다. 초청 선수는 세계 골프 랭킹 1위에 올랐던 비제이 싱(피지)이었다. 첫날부터 선두 양용은을 한 타차로 뒤쫓은 싱은 둘째날 3타를 줄여 선두로 올라섰고 마지막날까지 리드를 지켜 양용은에 2타차 우승하면서 월드 클라스의 샷을 보여주었다.
2009년 이시카와 료와 매킬로이 [사진=한국오픈 조직위]
매년 테마별로 교포까지 초청
제51회를 맞은 2008년의 테마는 골프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선수들이었다. 골프랭킹 6위이던 23세의 재미교포 앤서니 김(김하진)과 유럽의 패션 아이콘 이안 폴터(잉글랜드)를 초청했다. 당시 앤서니 김은 타이거 우즈를 따라잡을 사자 같은 기세였고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 트렌드를 대변하는 선수였다
2009년 테마는 ‘차세대 골프 황제’였다. 당시 데뷔한 지 2년차인 로리 매킬로이를 비롯해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이진명), US아마추어선수권을 우승한 안병훈, 일본의 최고 스타인 이시카와 료를 초청했다. 2010년에는 전년도의 앤서니 김과 대니 리, 케빈 나 등 해외 교포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던 양용은, 노승열 등 한국 선수가 대거 출전했다.
2011년에는 매킬로이와 함께 PGA투어 신성인 리키 파울러가 초청됐다. 신세대 미국 골퍼 파울러는 첫날 양용은과 공동 선두에 오르더니 무빙데이에서 우정힐스 코스레코드인 8언더파를 쳐서 선두로 나섰고 마지막날 오렌지색 패션으로 프로 데뷔 첫승을 한국에서 올렸다. 2013년 대회는 매킬로이가 유일한 초청였는데 그때 이미 세계 6위로 성장했었다.
2003년 우정힐스로 코스를 옮긴 이래 매년 해외 유명 선수를 초청했으나 2014년 대회부터는 내셔널 타이틀에 어울리는 내실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해외 초청비를 줄인 대신 이 대회를 찾은 예선 탈락 선수들의 교통비로 지급했다. 따라서 2014년부터는 1, 2차 예선전 제도를 통해 더 많은 국내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