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 [사진=OWGR]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세계골프랭킹(OWGR)을 53주간 지키면서 존 람(스페인)의 기록을 넘어서 역대 1위 중 여덟 번째 오랜 기간을 지킨 선수가 됐다.
셰플러는 18일(한국 시간) 발표된 이 랭킹에서 평균 11.5점으로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10.71점과는 차이를 더 벌렸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유럽의 DP월드투어 메이저인 BMW PGA챔피언십에 출전해 공동 7위를 하면서 6.38점을 받았다.
세계 3위인 람은 9.54점으로 톱3의 순위 변동은 없다. 4위 빅토르 호블란(노루웨이)가 7.77점 대이고 다음주에는 라이더컵이 열리고 가을 시리즈가 이어지는 일정이라 당분간 상위 랭커의 순위 변동은 크지 않을 듯하다.
셰플러는 지난 3월 더플레이어스에서 우승하면서 PGA투어 통산 6승을 올렸다. 그 뒤로 우승은 없지만 항상 상위권에 있었다. 23개 대회에 출전해 21개의 대회에서 톱25위에 들었고 톱10에 17번 올랐다.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에서 시즌 2승을 올린 매킬로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위 매킬로이는 한국 기업이 후원하는 두 개 대회 더CJ컵과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에서 우승했으나 지난 2월 122주간 지키던 1위에서 내려온 뒤로 정상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US오픈 컷 탈락 등 메이저에서 아쉬운 성적을 냈다.
올해의 세계 1위 다툼은 셰플러와 람의 순위를 바꾸는 각축전이 5월20일까지 진행된 뒤로는 셰플러가 18주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다. 현재 기세로는 셰플러는 역대 1위 랭킹에서 56주간 정상을 지킨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제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선수 중에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리브골프로 이적한 더스틴 존슨의 134주간 1위에 이어 세 번째다. 역시 리브골프로 이적한 브룩스 켑카가 47주, 조던 스피스가 26주간 세계 1위를 지켰으나 셰플러보다는 짧다.
53주간이나 세계 1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셰플러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2018년 프로가 됐으나 지난해 2월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에서 첫승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후 시즌 4승을 달성했고, 올해도 2승을 했으나 세계 1위에 처음 오른 것 자체도 지난해 3월말이다.
셰플러의 캐릭터 자체가 평범하고 검소하며 튀지 않는다. 경기를 마치면 부인 메러디스와 동네 커피숍에 들르고 연습장에서는 옛 후배들과 여전히 어울리고 레슨도 해주는 일상을 지킨다. 그래서 오히려 세계 정상을 장기간 누릴 가능성이 있다.
역대 세계 1위 리스트 [자료=OWGR] 노란색은 현재 활발하게 랭킹 경쟁하는 현역 선수들
19986년부터 집계한 세계 랭킹에서 1위에 올랐던 선수는 총 25명이고 그중에 마지막 선수가 셰플러다. 미국 선수는 9명인데 톰 레이먼은 1주일간 1위를 지켰을 뿐이다. 정상에 오른 선수는 그 중압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16주간 세계 정상을 지켰던 프레드 커플스는 ‘정상에 오른 뒤로 피가 마르고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지 못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언론의 관심과 주변의 기대가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5주간 정상을 지켰던 저스틴 토마스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부담감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셰플러는 세계 1위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올해 2월과 4월에 OWGR 랭킹에서는 람과의 네 번의 정상 순위 바뀜이 있었어도 그의 답변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니면 정상 정복자라는 것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을 수 있다.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내리막길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