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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산업 진단&전망 2]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 인터뷰

고형승 기자2023.12.20 오후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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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

JTBC골프는 연말을 맞아 독특한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야마하골프의 국내 에이전시 오리엔트골프 이갑종 회장(72)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독특한 광고, 남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시스템의 도입, 과감한 투자를 통한 렌탈 서비스 등으로 주목받아온 국내 골프용품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난해는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며 메이저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363억 원)에 비하면 3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그동안 손대지 않던 골프 의류라는 패까지 만지작거릴 정도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골프 산업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시곗바늘이 돌아갔고 업계는 너 나 할 것 없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회장은 곧바로 꺼내려던 패를 다시 집어넣고 판세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던 2023년을 한 발 물러선 채 관망하며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그이기에 2023년을 돌아보고 2024년을 전망하는 일은 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학 작용 중 하나였을 것이다.



2023년은 블랙스완의 시대

이 회장은 올해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해”라고 말하며 “한마디로 ‘블랙스완’이 나타난 해라 표현할 수 있다”고 빗대어 설명했다.

2021년과 2022년 전 세계 골프 업계는 호황을 맞이했고 특히 한국 골프도 유례없는 특수를 누렸다. 이에 따라 기업은 관련 시설을 확대하고 투자 규모도 확대하면서 몸무게를 불렸지만 2023년 들어 경기 위축으로 인한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이갑종 회장은 “골프 업계 전반에 걸쳐 과잉 투자를 했는데 급격한 경기 위축이 오면서 힘들어진 것이다”면서 “투자한 만큼 자금 회전이 이뤄지지 않아 모두가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리엔트골프도 그동안 대표적으로 진행해오던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인 ‘리믹스 원정대’와 ‘품질 보증 판매’ 제도를 일시 중단했다. 리믹스 원정대는 매년 1만 명 가까운 골퍼가 참여하며 인기를 구가하던 시타 프로그램이다. 또 업계 최초로 시행한 품질 보증 판매는 구매 후 3주 이내에 단순 변심까지도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했다.

이 회장은 과도한 가격 경쟁에도 뛰어들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대형점 위주로 가격 파괴가 일어났다. 수요가 줄고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서 도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해 팔자 대리점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야마하골프는 이미 ‘명품의 대중화(매스티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명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아왔기 때문에 가격을 더 인하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마켓 시대에는 기술력 승부가 관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전 세계 골프 환경은 더 젊고 스마트한 모습을 띠게 됐다. MZ세대가 테니스와 같은 다른 스포츠로 눈을 돌렸다고는 하지만 한번 골프를 경험한 이상 다시 유입될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야마하골프를 수입하는 오리엔트골프 역시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악기와 모터를 베이스로 한 야마하 본사의 기술력과 디자인에 오리엔트골프가 내세운 가성비 좋은 클럽이란 전략이 어우러진다면 젊은 층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갑종 회장 역시 “근래 들어 대부분의 골퍼가 가성비를 중시하는 풍조가 생겼다”면서 “거기에 개성을 중시하는 골퍼들이 늘면서 디자인이나 컬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기에게 맞는 클럽으로 피팅까지 하는 등 젊은 세대의 골프를 향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나온 2024년형 리믹스가 매력적인 디자인은 물론 세련된 컬러와 야마하 특유의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어 남성 골퍼에게 충분히 인기를 끌 만한 제품이다”며 “드라이버의 관성모멘트(MOI)가 5820g·cm²으로 제한 최대 수치인 5900g·cm²에 육박하고 아이언도 4000g·cm²로 타 브랜드의 드라이버 수치에 가까운 정확성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2024년 용품 시장에 관해 한마디 했다.

그는 “상황이 올해보다 나아지긴 하겠지만 경제가 충분히 활성화되는 모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면서 “브랜드마다 재고 물량도 과다하게 쌓여 있고 가격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모든 기업의 이익은 줄어들고 투자는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다이어트 마켓’의 형태를 띠고 공격적인 경영보다 현상 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경영이 주를 이룰 것이다”고 전망했다.

항상 한 수가 아닌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치밀하게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세우는 이갑종 회장이 2024년 (그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 다이어트 마켓 환경 내에서 어떤 신출귀몰한 전술을 구사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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