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홀은 바이런 넬슨을 상기하는 랜치17 홀이다 [사진=달라스세일즈맨십클럽]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이 열리는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 TPC크레이그랜치의 17번 홀은 ‘랜치(ranch)17’로 불리는 대 관람석이 웅장하다.
파3 홀 전부를 둘러싸는 엄청난 규모의 콜로세움 관람석은 ‘골프대회 해방구’로 불리는 WM피닉스오픈 16번 홀을 연상시킨다. 랜치17에는 145개의 다양한 식음 부스가 마련돼 최대 6천여 갤러리가 편하게 음식을 즐기면서 선수들의 경기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된다.
대회 주최측이 ‘랜치 17’이라고 이름 붙인 이 홀은 바이런 넬슨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넬슨은 지난 1945년 한 해에 PGA투어 18승을 거두고 그중 11개 대회는 연속 우승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선수다. 이후 자신의 목장을 구입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 넬슨은 34세 나이에 프로 골프계를 은퇴했고 목장을 사서 소를 키웠다.
대회 공식 미디어가이드북 표지 [사진=PGA투어]
이 골프장은 4년 전 AT&T바이런넬슨 경기장이 됐다. 제프 에커트 경기위원장은 지난해 이 홀을 만들고 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이런은 땅을 사서 목장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향해 골프를 했다. 은퇴한 뒤로 텍사스주 로어노크에 700에이커 땅을 구입한 그는 거기서 60년간 살면서 소를 길렀다. 17번 홀의 랜치17은 바이런의 꿈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특설 관람석은 지난해 대회를 앞두고 3개월간 공사를 거쳐 건립됐다. 두 번째로 짧은 파3 17번 홀은 147야드의 콜롯세움 관람석 홀로 운영된다. 관람석을 만든 개념은 대회를 주관하는 달라스세일즈맨십클럽의 설립 철학과도 일맥 상통한다. 대회 우승자는 트로피와 함께 빨간바지를 입은 클럽 멤버들과 기념사진도 찍는다.
1920년에 설립된 이 클럽은 한국의 라이온스클럽같은 지역 사회의 성공한 경제인들의 모임으로 성장해 자선 활동과 이벤트를 주관한다. 1944년 시작된 댈러스오픈을 1968년에 인수한 뒤 첫회 대회 우승자인 바이런넬슨을 기리자는 의미로 바이런넬슨골프클래식으로 대회 명칭을 바꿨다.
2년전 우승한 이경훈이 세일즈맨클럽 멤버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더CJ컵]
대회 스폰서는 1988년부터 GTE를 시작으로 버라이존, EDS, 휴렛패커드(HP)를 거쳐 2015년부터 AT&T가 후원사가 돼 9년간 개최하다가 올해부터 CJ그룹과 10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 골프장도 레이크우드CC에서 시작해 15년간 프레스톤트레일GC, 35년간 포시즌스리조트, 2년간의 트리니티포레스트GC를 걸쳐 올해 코스에서 4년째 개최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메인 스폰서지만 예전처럼 한국 선수를 많이 초청할 수 없었던 건 아쉽다. 이 대회가 지역 사회에 바탕한 정서가 강하고 주관사인 세일즈맨십 클럽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첫 스폰서가 된 올해는 8명의 스폰서 초청자 중에 일본, 중국 선수는 있어도 한국 선수는 한 명도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더CJ컵이 지난 6년간 지켜온 전통과 이벤트의 계승도 필요하다. 미국 골프위크는 컵(Cup)이름을 단 대회에 컵이 없다는 지적도 했다. 공식미디어북에는 '직지'라는 한글을 활용한 창의적인 트로피 소개글이 없다. 한국 대회에서 인기높던 음식 탐방 맵이나 특정홀 파3 홀인원 달성자에게 주던 ‘비비고 셰프고’라는 좋은 기획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미디어북의 주니어 트로피 소개 [사진=PGA투어]
미디어북에는 바이런넬슨 주니어 트로피까지 소개된다. 하지만 정작 올해의 한글 트로피 소개는 공식 미디어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넬슨을 위한 전통은 17번 홀 관람석과 미디어북 표지까지 속속들이 반영된 것과는 대조된다. 더CJ컵이 6년간 만들어온 책자의 무늬와 패턴만 반영되었을 뿐이다.
더CJ컵이 애초에 추구했던 한식과 한국 문화를 미국에 알리겠다는 초심이 지켜지고 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할 때가 아닐까? 바이런 넬슨과 함께 올해 한글 트로피에 이전 CJ컵 챔피언 이름도 새겼다는 소개 정도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