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이소미 [사진=LPGA]
“오늘은 대기 선수 2번이어서 공원에서 달리기나 할까 하다가 아빠가 그래도 모르니 가보자 했는데 1시간 전에 알고 출전하게 됐어요.”
루키 이소미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미즈호아메리카스오픈(총상금 300만 달러) 첫날 6타를 줄여 2타차 선두로 마쳤다. 이소미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저지시티의 리버티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8개에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후반 10번 홀 버디로 시작한 이소미는 13번 홀부터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16번 홀 보기를 적어냈으나 이내 버디로 만회했다. 후반 들어 2번 홀 보기를 범했으나 4, 5번에 이어 8번 홀 버디를 추가했다. 처음으로 리더보드 선두가 된 이소미는 2라운드는 아침 일찍 시작하게 됐다.
LPGA투어 대회에서 1, 2차 대기선수가 모두 출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대기 순번 2번이 1위, 대기 1번인 사이고 마오(일본)가 2위로 마치는 건 그보다 훨씬 더 확률이 드물다. 마오는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2위다. LPGA투어의 루키 선수들에게 실제 발생한 운수좋은 날이다.
이소미는 이날 경기를 못할 줄 알고 연습이나 하려했다. 따라서 캐디를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아버지(이도현)가 골프가방을 들고 기다리자고 한 것이 행운의 주문이었다. 한 시간 전에 출전이 확정되자 골프를 할 줄 모르는 부친이 캐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도 생전 처음으로 빽을 멨어요.” 듣고 있던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선두로 경기를 마친 이소미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코스에 나가니 부담감 없이 경기를 하는자체가 고마웠다”면서 “바람이 많이 불어 쉽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샷도 잘 됐고 퍼터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소미는 “다시 주어진 기회이니까 최선을 다하자 생각했다”면서 남은 3일에 대해 “루키답게 겁 없이(fearless) 시합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소미는 이날 오전 10시경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고 있었다. 캐롤라인 매슨(독일)이 기권하자 6시경 코스에 도착한 대기 1번 마오가 나가게 됐다. 그때 이소미에게 대기 선수 1번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2번까지는 출전 확률이 드물다. 그런데 마자 스타크가 몸살로 기권하자 이소미에게도 출전 기회가 온 것이다.
대기 선수로 출전해 선두로 마친 이소미 [사진=LPGA]
이날은 차가운 날씨 탓에 힘들어한 선수들이 많았다. 지난해 프로 데뷔전에서 우승한 로즈 장이 3홀을 마친 뒤에 기권했다. 린지 위버 라이트도 기권했다.
재미교포 안드레아 리가 4타를 줄여 마오와 비앙카 파그나그단(필리핀), 가브리엘라 러플스(호주)까지 공동 2위 그룹을 이뤘다. 신지은이 3타를 줄여 린시위(중국), 셀린 부띠에(프랑스), 패티 타바타나킷(태국), 이민지(호주) 등과 공동 6위를 기록했다.
세계 여자 골프 랭킹 5위 고진영이 2언더파 70타를 쳐서 이미향, 세계 1위 넬리 코다(미국), 인뤄닝(중국) 등과 공동 17위를 기록했다. 전인지가 1언더파로 안나린, 한나 그린(호주) 등과 공동 31위다. 김세영은 이븐파를 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과 공동 41위에 자리했다.
대기 선수 두 명의 행운아닌 실력이 다음 라운드는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간다. JTBC골프에서 18일 새벽 3시45분부터 대회 2라운드를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