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장의 벙커에서는 발자국으로 인해 짜증나기 쉽다
해외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색다른 경험이 벙커다. 국내에서는 빠른 라운드 진행이라는 명분으로 벙커 정리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국내 최고 명문 코스에서조차 곳곳에 발자국에 파인 벙커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골프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긴 매우 힘들다. 벙커 정리를 안하고 넘어가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내 샷이 벙커에 들어갔고 거기서 샷을 했다면 고무래로 평평하게 고르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골프 라운드에서 벙커는 잘못 친 샷을 벌하는 핸디캡 요소다. 게다가 앞서 경기한 골퍼가 남긴 발자국이나 잘못 정리한 모래는 어려운 벙커샷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벙커에 빠진 볼을 움직여서는 안되다’는 골프 룰을 어기고 동반자들의 암묵적 동의 하에 볼을 옮기고 친다. 이렇게 라운드하는 나라는 한국 빼고 거의 없다.
4인 1캐디제가 정착된 국내와 달리 유럽에서는 대부분 캐디 없이 골퍼 스스로 골프백을 끌고 다니며 라운드하는 셀프 플레이(self-play)가 일반적이다. 특히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 등 유럽의 해외 100대 코스들은 대부분 풀 카트나 모터가 달린 전동 카트를 직접 끌고, 걸어서 18홀을 돈다. 셀프 플레이 요령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건 그곳에서의 기본 자세다.
루스 임페디먼트 등 벌타와 관련되므로 벙커의 상태는 중요하다
유럽의 링크스 코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항아리 모양의 벙커를 팟(pot) 벙커라 부른다. 수직벽에 움푹 파인 스타일이다. 놓인 위치에 따른 벙커 명칭도 다르다. 그린 주변의 벙커는 그린사이드(greenside) 벙커이고 페어웨이(fairway) 벙커는 페어웨이를 따라 놓여 있는 벙커, 크로스(cross) 벙커는 페어웨이 안쪽으로 침투하거나 가로지르는 벙커다.
이런 벙커에 빠지면 정확한 요령을 알고서 뒷정리를 하는 것이 기본 매너이자 에티켓이다. 이들의 특징을 알고 잘 대처해야 다른 이들로부터 비매너로 비난받지 않는다. 모래에서 치는 것이 벌타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벙커 정리는 해외 골프 라운드의 필수 사항인 것이다.
벙커에서 지면에 붙은 자연장애물은 못 치우지마 인공장애물은 치울 수 있다. 과거에는 벙커에 빠진 공 주위에 낙엽이 있어 무심코 치웠다면 무려 2벌타를 받았지만 2019년 룰이 개정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자연 장애물인 루스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인 나뭇가지나 낙엽, 돌멩이 등을 벌타 없이 제거할 수 있다. 이때도 공을 건드리면 벌타를 받아야 한다.
클럽을 모래에 접촉하는 것도 벌타의 대상이었으나 무심코 닿은 것 등 경기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무벌타다. 그러나 벙커 안 모래의 점도나 밀도를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거나 연습 스윙을 하면서 모래를 치는 행위, 볼의 앞뒤 모래에 클럽 헤드를 접촉시키는 행위는 여전히 금지된다.
벙커 정리는 고무래를 들고 들어가 공이 들어가기 전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벙커샷을 하러 들어갈 땐 먼저 벙커 정리 도구인 고무래의 위치부터 파악한다. 고무래가 볼에 가깝게 있다면 공이 떨어진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그냥 들어가면 되지만, 고무래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먼저 고무래로 가서 들고 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벙커샷 후에 쉽게 모래를 고르며 벙커를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턱이 가장 낮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턱이 높은 곳으로 들어가면 골퍼의 안전에도 무리가 발생될 뿐 아니라 모래가 무너져서 가장자리에 있는 이물질이 내려오거나 벙커턱이 허물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볼에서 가까우면서 턱이 낮은 곳으로 벙커에 진입하면 되는 것이다.
샷을 마치고는 고무래를 사용해 지면을 평평하게 고르고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주변에 놓인 고무래를 이용해 내가 들어간 길을 따라서 발자국을 지우면서 나오면 된다. 가급적 신속하면서도 울퉁불퉁하지 않고 평평하게 다듬어야 한다. 프로 대회에서는 앞조 선수가 벙커샷 후에 지면을 고르지 않았다면 벌금을 내야 할 정도로 필수 행동 요령이다.
한편, 웨이스트(waste) 벙커는 관리하지 않는 벙커다. 고무래가 없는 넓은 모래 지대가 그렇다. 코스 옆 맨땅도 여기에 해당한다. 클럽이 벙커 지면에 닿으면 2벌타를 받지만, 이곳은 당아도 벌타가 없고 샷을 한 다음 벙커 정리를 안 해도 된다. 벙커의 종류와 구분, 정리 요령을 제대로 실천해도 해외 어디를 가든 모범 골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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