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 연습을 하다 환영 인사를 하는 투어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박세리. 이번 주 은퇴를 공식화할 예정인 박세리는 "올 시즌 한 대회, 한 대회에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지연]
“언니.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박인비)
“너무 오랜만에 투어에 복귀하니 어색해.” (박세리)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 개막을 이틀 앞둔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 하우스로 향하던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걸음을 멈춰 퍼트 연습을 하던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박세리의 복귀는 지난 해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9개월 만이다. 최근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박인비를 염두에 둔 듯 박세리는 “건강이 최고니까 아프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박세리는 지난 해 어깨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뒤 재활에 힘써 왔다. 그러나 아직도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박세리는 “지난 해 말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해보니 왼쪽 어깨 끝 쪽의 뼈가 거의 닳은 상태라고 했다. 습관성 탈골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올 시즌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했다. 이 날 이른 아침 코스로 나온 박세리는 7시45분에 티오프해 18홀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오후에 물리 치료를 받은 뒤 한 시간 넘게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이어갔다. 박세리는 “9개월 만에 걸어서 18홀 플레이를 하게 돼 걱정이 됐는데 생각보다 힘이 들진 않았다. 잔디를 밟는 느낌 자체가 너무 좋았고 이래서 선수는 잔디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샷감보다 퍼트감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지만 지금은 다시 클럽을 잡고 볼을 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1998년 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25승. 화려한 시절을 풍미했던 박세리는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중 LPGA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은퇴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즌이 끝나는 하반기가 아닌 복귀 첫 대회에 은퇴 선언을 하는 이유는 한 대회, 한 대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세리는 “과거에 부상을 당한 뒤 복귀했을 때와는 정말 기분이 다르다. 이제 한 대회, 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마무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해졌다. 20여년 동안 투어 생활을 하면서 즐거움도, 괴로움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한 대회를 마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고 했다.
박세리는 가장 아쉬운 대회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옛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꼽았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3승(옛 맥도날드 챔피언십·1998, 2002, 2006)을 비롯해 US여자오픈(1998)과 브리티시 여자오픈(2001)에서 우승했지만 ANA 인스페레이션에서만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무엇보다 바랬는데 그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 나 대신 (박)인비가 달성해줬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1라운드에서 백전 노장 카트리나 매튜(47·스코틀랜드), 브리타니 린시컴(31·미국)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박세리는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 그동안 너무 많이 받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스폰서는 물론 팬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JTBC골프에서 대회 1~2라운드를 18~19일 오전 7시부터, 3~4라운드는 20~21일 오전 7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피닉스=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