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허리 부상과 시아버지상 등 여러 우환이 겹쳐 힘든 시기를 보낸 박인비. 그는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리면서 새로운 동기 부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동기 부여를 할 만한 게 없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 2라운드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
2언더파로 컷 통과 기준에 1타 차 컷 탈락한 세계랭킹 2위 박인비는 이렇게 말했다.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쳤지만 1라운드의 1오버파 부진에 발목이 잡혀 컷 탈락했다. 지난 해 6월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9개월 만의 컷 탈락이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초 다사다난했다.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허리 부상으로 기권했다. 재활 도중에는 시아버지상을 당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박인비는 "허리 부상은 거의 회복됐다. 100%는 아니지만 80~90%는 컨디션이 돌아온 것 같다. 그러나 샷감도, 퍼트감도 좋지 않다. 더 큰 고민은 코스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시즌 초부터 강한 선수는 아니다. 2007년 투어에 데뷔해 80번의 톱 10을 기록했는데 4월 초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피레이션 전에 한 건 이중 11번이다. 확률로 따지면 15%가 조금 안 된다.
올 시즌 초 부진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박인비는 지난 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연말에는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를 받으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목표를 잡기 어려웠다.
박인비는 "지난 해 시즌을 마친 뒤 다음 목표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내 목표를 다 이루면 정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골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목표했던 것들을 다 이룬 뒤 새로운 동기 부여를 할 만한 것을 못 찾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다"고 했다.
박인비는 다음 주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피레이션을 앞두고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LPGA투어 통산 17승 중 7승을 메이저에서 거두면서 큰 대회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나는 한 번 목표가 생기면 무섭게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메이저 대회처럼 중요한 시합이 시작되면 마음을 추스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그가 바라보고 있는 새로운 목표는 올림픽이다. 박인비는 "메이저 우승은 해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절실함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림픽 골프 종목은 112년 만에 열리는데다 전혀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호기심이 든다. 새로운 목표와 동기 부여를 찾기 위해 심리 코치(조수경 박사)와 상담하면서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인비는 토요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일요일 기아 클래식이 열리는 칼스베드 파크하야트 에비에라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주에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응원 차 대회장을 찾기 때문에 더 즐겁게 한 주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인비는 "시즌 초에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러나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피레이션을 앞두고 새롭게 마음을 다지겠다. 마음가짐에 따라 샷은 하루 사이에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닉스=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