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역사적인 LPGA 첫 승이 장하나 앞에 가로 막혔다.
태국 선수들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승 도전이 또 다시 한국에 막혀 좌절됐다.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세라퐁 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최종라운드. 우승컵을 놓고 한국과 태국의 양강 구도가 두드러졌다. 장하나(BC카드)가 선두를 유지했고, 그 뒤를 포나농 팻럼(볼빅)이 추격했다. 전반이 끝난 뒤 장하나가 15언더파로 도망갔고, 팻럼이 3타 차 2위를 유지했다. 그 뒤에 태국의 신예 아리야 주타누간이 11언더파 3위로 쫓아갔다.
팻럼은 흔들리지 않고 견고한 플레이를 해나갔다. 3라운드처럼 그린 주변에서 훌륭한 경기를 펼쳤고, 노보기 플레이로 장하나를 위협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팻럼은 버디 4개를 낚으며 15언더파 2위로 경기를 마쳤다. 팻럼이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아 장하나는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을 수 없었다.
팻럼은 2013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준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준우승 징크스’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모양새다. 여자 아시안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는 우승 경험이 많다. 아시안 투어에서 9승을 챙겼고, 2013년 LET 오메가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태국의 박세리’라 불릴 정도로 태국 골프의 선구자로 꼽히고 있다.
아리야 주타누간도 2013년에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나선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주타누간은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당시 18세의 아마추어 유망주였던 주타누간은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 섰다. 하지만 주타누간은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결국 박인비가 어부지리 격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주타누간은 2015년 LPGA 투어 루키로 합류했다. 신인왕 경쟁을 펼칠 거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톱10 4번, 상금 순위 35위에 머물며 기대치를 밑돌았다. 드라이버 입스 증상이 오면서 샷이 들쭉날쭉했다. 마음만 먹으면 270야드 이상의 드라이브 샷을 보낼 수 있는 주타누간이지만 입스에 대한 두려움 탓에 3번 우드로 티샷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에서도 주로 3번 우드로 티샷을 하고도 다른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만큼 거리를 냈다.
464야드로 당겨진 파5 7번 홀에서는 티샷 이후 롱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하는 괴력을 뽐내기도 했다. 주타누간은 비교적 짧았던 이번 대회 파5 홀에서 가볍게 2온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종일 15번 홀에서 티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져 더블 보기를 적은 것을 제외하고는 큰 실수도 없었다. 버디 4개와 더블 보기 1개를 적은 주타누간은 10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