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은 막판 2연속 버디를 잡으며 선두를 매섭게 추격했다. 그러나 1타가 부족했다.
딱 1타가 부족했다. 그러나 막판 뒷심은 LPGA 투어를 대표하는 ‘역전의 여왕’ 다웠다.
김세영이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밴쿠버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로 유소연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막판에 매섭게 추격하며 '역전 드라마'를 꿈꿨지만 연장까지 1타가 모자랐다.
김세영은 전반 홀에서 1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 샷감을 매섭게 조율하기 시작했다. 11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선두 그룹을 쫓아갔다. 이후 16번 홀(파4)에서 날린 두 번째 샷을 홀컵 바로 옆에 붙였다. 샷 이글이 되기에 딱 한 뼘 정도 모자랐다. 이어진 17번 홀(파4). 4m 떨어진 프린지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고 공은 쏙 들어갔다. 선두와는 1타 차. 김세영은 무릎을 꿇은 채로 한 손을 불끈쥐며 포효했다. 갤러리들도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홀에서도 핀에서 2m 내로 붙이며 버디 찬스를 잡았다. 김세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상대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역전'의 상징인 빨간 바지도 유난히 돋보였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는다면 리디아 고, 스테이시 루이스와 함께 연장 합류가 가능했다. 신중하고 자신 있게 퍼트를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오른쪽으로 더 흘러나가 홀컵을 살짝 지나쳤다. 김세영의 얼굴에는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김세영은 “마지막 퍼트를 넣었더라면 (연장에) 갈 수 있었다. 라인과 브레이크를 집중해서 봤는데 잘 안 됐다. 화가 난다. 그러나 많은 것을 배웠고 오늘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만약 김세영이 3연속 버디에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한층 더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4월에 막을 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도 김세영은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당시 김세영은 박인비, 김인경과 우승 경쟁을 했다.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 티샷을 물에 빠트렸다. 우승이 물 건너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칩인 파를 기록하며 기사회생했다.
이어진 연장 첫 홀에서 기적 같은 샷 이글을 성공시켜 박인비를 꺾고 시즌 2승을 기록했다. 이에 미국 골프채널은 김세영을 두고 김세영의 성 ’김(kim)'과 ‘믿을 수 없는’이라는 인크레더블(incredible)의 합성어인 ‘Kim-credible'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세영은 앞서 시즌 두 번째 대회 바하마 퓨어클래식에서도 역전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김세영은 신인왕 경쟁에서도 한 발자국 앞서갔다. 김세영은 신인왕 포인트 75점을 추가해 1051점을 기록했다. 이날 6언더파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무리한 김효주(1004점)와의 간격을 14점에서 47점으로 벌렸다. 또 세계랭킹도 한 계단 뛴 12위에 랭크됐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