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왼쪽)와 전인지. 영국의 베팅업체인 윌리엄 힐은 박인비의 우승 배당률을 출전 선수 중 가장 낮은 7대 1, 전인지의 우승 배당률을 33대 1로 책정했다.
검은 구름에 비까지 뿌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스코틀랜드에 온 박인비의 표정은 맑은 하늘처럼 평온했다. 박인비는 30일 오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파72)에서 개막하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에 도전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을 마친 박인비는 월요일 오전 턴베리에 도착해 곧장 코스로 나왔다. 오후 내내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13개 홀을 돌아봤고, 라운드를 마친 뒤에는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박인비는 3주 연속 쉬지 않고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2년 동안은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앞두고 1, 2주간 쉬면서 컨디션을 조율했지만 올해는 휴식 대신 대회 출전을 택했다. 박인비는 “골프는 조금 피곤해도 경기력에 큰 지장이 없다. 대회를 통해 점검해야 할 샷, 퍼트 등을 마지막까지 테스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많은 모의고사를 치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샷 감은 70% 정도다. 마이어 클래식 3라운드까지 공동 10위였지만 마지막 날 샷 난조로 5타를 잃고 공동 44위로 미끄러졌다. 박인비는 “골프는 이상한 운동이다. 하나가 잘 되면 또 하나가 안 된다. 올 시즌에는 퍼트가 내내 안된 반면 샷 감이 좋았는데 지금은 샷 감이 좋지 않은 대신 퍼트 감이 좋아졌다. 한 시즌을 보내다보면 이런 상황을 종종 겪는다. 며칠 만에 달라지기도 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메이저 3연승을 거둔 뒤 그랜드슬램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지난 2013년 대회에선 중압감 탓에 공동 42위를 했다. 지난 해에는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5타를 잃고 2타 차 4위를 했다. 박인비는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실력만으로 우승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티 타임 운도 따라야 하고,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지난 2년간 공부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부담이 크진 않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도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의 베팅업체인 윌리엄 힐은 박인비의 우승 배당률을 출전 선수 중 가장 낮은 7대 1로 책정했다. 그만큼 우승 확률이 크다는 뜻이다. 박인비 다음으로 배당률이 낮은 선수는 10대 1을 받은 세계랭킹 2위 리디아 고였다. 리디아 고는 링크스 코스 적응을 위해 지난 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인 에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스코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해 공동 4위를 했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한 전인지는 시즌 2승씩을 기록 중인 최나연, 김세영과 같은 33대 1의 배당률이 책정됐다. 전인지는 지난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살롱파스컵에 이어 7월 중순 US여자오픈 그리고 2주 만에 국내에서 열린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 우승으로 한·미·일 3대 투어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LPGA와 유럽여자프로골프협회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4대 투어의 메이저 대회 석권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쓰게 된다. 월요일 오전 도착해 18홀을 돌아본 전인지는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 골프의 발상지에서 경기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인만큼 마음껏 즐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JTBC골프가 1라운드를 30일 오후 9시부터 생중계한다.
턴베리=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